2024년 5월 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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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카그래피 이명재 실장


그의 얼굴에서는 언제나 선한 이미지가 풍긴다. 사람 좋은 웃음이 몸에 밴 듯…, 늘 부드러운 얼굴로 세상과 마주하는 그에게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손에 카메라가 들리면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웃음기 빠진 눈빛에 스민 ‘진중함’이 카메라 렌즈에 투영되는 찰나와 마주하는 순간이기에….
MJ 카그래피 이명재 실장.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전문잡지 사진기자를 거쳐 지금은 자동차와 모터스포츠 현장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가로 변신한 그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다른 열정과 실력을 인정받아 수입차 업계는 물론 여러 잡지 시승기에 들어갈 사진 촬영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방배동에 마련된 MJ 카그래피 사무실을 찾아간 때는 지난해 연말 겨울바람이 차고 매서운 날 밤 10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훅 달려드는 온기가 반갑다. 손수 끓인 차를 내오며 “밀린 일이 많아 오늘도 철야를 해야 한다”는 이명재 실장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맡은 일에 임해서일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차향처럼 은은하게 번지는 듯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한밤중으로 이어진 사진가 이명재와의 인터뷰는 예상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사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겸손으로 가렸지만, 인터뷰 내내 전해지는 그의 진정성에는 오래도록 반추해도 좋을 ‘그 무엇들’이 켜켜이 담긴 덕분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진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MJ 카그래피 이명재. 잠시 들여다 본 그의 사진 세계에는 우직하면서 매력적인 단면들이 촘촘하게 엮여있었다.
Q)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여러 분야 중에서 자동차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촌형의 영향이 컸습니다. 모터크로스(산악용 모터사이클) 선수로 활동하던 사촌형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어요. 유년 시절(1970년대)의 나에게 모터사이클과 수입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던 당시 사촌형은 우상에 가까웠다고나 할까요?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자주 접한 모터사이클과 여러 자동차들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두 차례 F1 그랑프리에서 오피셜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일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이버들을 직접 촬영한다는 것은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F1 코리아 그랑프리 조직위원회의 전체적인 운영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기자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가 제때 운행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어요. 외신기자들과 함께 무거운 장비를 들고 먼 거리를 이동했는데요. 내년에는 달라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Q) 국내 모터스포츠 현장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일까요?
A) 무엇보다 1995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연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의 태동을 꼽고 싶습니다. 그 이전에는 레이스 전용 서킷이 없어 영종도나 청포대 등지를 오가며 비포장 레이스를 펼쳤었는데요, 스피드웨이가 문을 열면서 국내 모터스포츠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F3 코리아 수퍼프리도 기억에 남는 이슈였습니다. 1999년부터 5년 동안 치러진 F3 코리아 수퍼프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해외 자동차경주로, 국내 레이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입니다. 폭넓은 시야를 갖지 못했던 당시 국내 모터스포츠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진기자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2010년에 처음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의 순간이지요. 모터스포츠 변방국에서 순식간에 세계 최고로 꼽히는 F1 그랑프리를 개최한 국가 반열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모로 보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모터스포츠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어요.
Q) 모터스포츠 외에도 자동차 사진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진과 모터스포츠 사진 사이에 차이점 있다면?
A) 음…. 가장 큰 차이점은 수익입니다(웃음). 자동차 사진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고 있으니까요(웃음). 자동차와 모터스포츠 사진의 공통 주제는 ‘자동차’를 찍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사진은 상업적인 사진으로서 자동차가 가장 돋보여야 합니다. 그 때문에 장소 섭외부터 촬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직접 모든 작업을 기획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모터스포츠 사진은 레이스의 긴장감, 배기음, 선수들과 미캐닉들의 열정, 관중들의 응원 등이 한데 어우러진 하나의 다큐멘터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구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모터스포츠 사진은 ‘휴머니즘과 메커니즘의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촬영할 때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어떤 것인가요?
A) 캐논 제품을 주로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사진은 결과물이 좋아야 하니까요. 니콘보다는 캐논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자동차 사진을 찍을 때는 5D 마크2(5D MARK2)와 28~105mm 렌즈를 애용하고, 모터스포츠 현장에서는 1D 마크3(1D MARK3), 70~200mm/300mm 렌즈와 1.4 컨버터를 사용합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직종이지요(웃음).
Q) 자동차든 모터스포츠 사진이든 사무실 밖에서의 작업이 많겠군요. 출장이 잦다보면 집에서 좋아하지 않을 듯한데요…….
A) 그런 면에서 아내에게 늘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잡지사에서 사진기자와 디자이너로 만나 2년 동안 연애한 뒤 결혼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아내는 늘 제 사진을 좋아합니다. 사진에 대한 저의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해주는 아내의 배려에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기회를 통해 늘 고맙고, 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지금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텐데요.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을테고, 또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사고가 제일 무섭지요. 4년 전, 후배가 장난으로 차를 가지고 묘기를 부리다 제 앞에서 전복된 일이 있었는데요, 정말 놀랐습니다.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거든요.
좋은 앵글을 만들기 위해 차 밖으로 몸을 빼고 사진을 찍다가 위험한 순간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촬영에 열중하느라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는데요. 나중에 가로수와 전신주에 부딪칠 뻔 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카락이 꼿꼿하게 설 정도였으니까요.
Q)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힘겨운 때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때 힘이 되는 멘토, 또는 좌우명이 있다면?
A)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 사진가 타지마 하루를 개인적인 멘토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자동차 사진을 시작할 무렵 일본에서 그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열정을 다해 일하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늘 머릿속에 새기고 있는 좌우명은 ‘일할 때 즐겨라’입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도 즐겨야지요(웃음).
Q)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포토그래퍼는?
A) 자동차 사진을 주로 찍어서인지 차 사진에 더 애착이 갑니다. 특히 ‘대런 히스(DARREN HEATH)’라는 F1 사진가는 제게 깊은 감명을 준 인물인데요. 모터스포츠 사진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린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앞으로 모터스포츠 사진에는 도전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사진으로 담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지금보다는 더 폭넓은 영역을 다루고 싶습니다. 그동안에는 자동차를 고집했지만, 좀 더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느 스포츠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Q) ‘포토그래퍼 이명재’가 생각하는 사진 세계는?
A) 한 마디로 ‘제 인생의 모든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또 생활의 방편이기도 하니까요. 개인적인 모든 생활 패턴이 사진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로 인해 아내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서는 늘 미안할 뿐입니다.
* <뉴스웨이>에 실린 윤경현 기자의 글과 사진을 옮겨왔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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