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CJ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슈퍼6000, GT, 슈퍼2000, 슈퍼1600 등 4개 클래스를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이 가운데 대회 프로모터 (주)KGTCR이 메인 이벤트로 추진한 종목은 슈퍼6000. 이에 따라 이전까지 슈퍼레이스 최고 클래스의 자리를 지키던 GT는 슈퍼6000에 안방을 내주고 예고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투어링A/B의 새 이름 슈퍼2000과 슈퍼1600 클래스에도 찬바람이 스며들어, 2008 CJ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전반 분위기는 신설 슈퍼6000과 더불어 장기불황의 출발을 알렸다.
2008 시리즈 개막에 앞서 (주)KGTCR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박진감 넘치는 슈퍼레이스’. 그 중심에 슈퍼6000을 올려놓고, 이전 2년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했지만, 프로모터의 노선과 다른 간이역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2008년 6월 21~22일은 초라하게 스타트라인을 벗어난 슈퍼6000 창설전 예선과 결승이 열린 날이었다. 데뷔전 무대를 두 번이나 연기한 마당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시점…. CJ 레이싱, 알스타즈, 현대 레이싱, 레크리스, KTdom 등 5개 팀 드라이버 8명이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덜 된 KTdom 대신 어울림모터스가 대타로 나섰다.
설익은 출발에는 무리수가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쉐이크다운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원만한 예선조차 버거운 일이었고, 예선을 건너뛴 드라이버도 나왔다. 그리고 맞이한 6월 22일 결승. 오후 3시 30분, 거창한 출정식에 이어 시작된 슈퍼6000 창설전은 결론적으로 ‘불안한 출발’이었다.
2008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프로모터 (주)KGTCR이 방점을 둔 ‘한국형 스톡카 레이스’의 지향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시작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당시 1랩 2.125km) 20랩 레이스(당초 주최측은 35랩을 계획했지만, 20랩으로 줄였다)는 여러 가지 물음표를 남긴 채 1막 1장의 커튼을 내렸다.
새로운 시리즈를 출범시키는 것은 어느 프로모터에게나 쉽지 않은 일. 어렵게 뛰어들어 국내 간판 모터스포츠의 바통을 넘겨받은 (주)KGTCR 운영진의 고심 또한 일반적인 예상보다 무거웠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장의 궤적을 따르지 않고, 남아메리카 브라질의 스톡카 레이스를 2008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이식한 것은 상당한 후유증을 내포하고 있었다.
고출력 경주차, 실력 뛰어난 드라이버들이 출전하는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팬들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2008 슈퍼6000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달갑지 않은 여운이 짙게 배어 있다.
GT 또는 투어링카 레이스의 부흥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더불어 당장 대단한 흥행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설프게 설정된 슈퍼6000 로드맵의 폐해를 프로모터만 감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모터가 바뀐 뒤에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아시아 유일 스톡카 레이스’ 역시 한편으로 그리 자랑스럽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어링카나 GT 레이스, 예를 들면 코리아 투어링카(또는 GT) 챔피언십 시리즈, 혹은 다수의 국내외 카메이커가 참여하는 레이싱 카테고리가 번성하고 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뒤늦게 시동을 건 차이나 GT 챔피언십이나 블랑팡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의 인기와 위상에 견주기도 (벌써부터) 쑥스러운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는가?
치밀하게, 그리고 선진 사례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상륙한 2008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시리즈는 현대 레이싱 조항우(현재 아트라스BX 레이싱)에게 초대 챔피언 트로피를 보내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슈퍼6000 각 라운드 당 평균 출전대수는 8.2대였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