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20일(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함께 열린 ‘헬로모바일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 2전’과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개막전’은 표면적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당초 우려와 달리 별다른 혼선 없이 우리나라 자동차경주를 대표하는 2개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것이다.
이로 인해 KIC는 이틀 내내 바쁘게 돌아갔다.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 5개, KSF에 4개 등 각 프로모터가 내세운 메인 클래스와 서포트 레이스 예선 및 결승이 촘촘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관중 입장에서는 더 없이 즐거운 하루였을 듯하다. 국내 인기 레이싱팀과 드라이버들이 한 자리에서 펼치는 레이스를 공짜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였으므로…….
그러나 전체 레이스를 관장하는 대회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프로모터가 운영하는 2개 자동차경주를 차질 없이 소화하려면 예상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을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실수도 생기기 마련. 헬로모바일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에 소속된 자동차경주에 KSF 이름표를 붙인 페이스카가 등장한 것이 단적인 본보기라 하겠다. 이와 관련해 프로모터 (주)슈퍼레이스와 (주)이노션월드와이드 측은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평가한 것일까?
▲ KIC 메인 아치에 걸린 2개 대회 플래카드가 상징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사진 위쪽은 슈퍼 레이스 엑스타 GT, 아래 사진은 KSF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결승 이튿날 읽은 보도자료는 대체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요 골자는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레이스가 열렸고, 통합전 역시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 여기에는 맞는 말도, 또 사실과 다소 동떨어진 표현도 섞여 있었지만, 흥행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모터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자체 평가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다분히 과장된 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레이스 현장을 찾지 않은(덧붙여 현장을 지켜본) 다수의 미디어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버젓이 옮겨 실었다.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타이어 규정과 관련된 주최측과 금호타이어의 불편한 진실을 비롯해 이번 통합전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평가 등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물론이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어렵게 막을 올린 통합전(통합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자동차경주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치른 공동 개최에 가깝지만)이기에 장기적인 발전을 대전제로 한 이번 대회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므로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 대회와 같은 성격의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우리 현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가 지향해야할 일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름만 ‘통합전’일뿐, 정작 그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내용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따라서 KIC 메인 아치에 걸린 2개 플래카드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또한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이번 대회를 찾아왔다고 해서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대한 팀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 ‘긍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각 프로모터가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내용이라는 생각이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사진/슈퍼레이스, K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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