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그랑프리에서 예선 기록은 결승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베스트 랩타임은 머신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실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폴포지션(PP)은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시즌 최다 폴포지션 기록에는 그 중요성이 드러나 있다. 지난해까지 이 부문 정상에 선 드라이버는 영국인 나이젤 만셀. 1992 시즌 16전 가운데 14회 폴포지션을 따낸 만셀은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오르며 소속팀 윌리엄즈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만셀이 작성한 총 폴포지션은 32회. 1980∼1995년까지 출전한 187GP에서 만셀은 31승, 드라이버즈 포인트 482점을 기록했다.
천재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기록의 사나이 미하엘 슈마허도 시즌 최다 PP를 기록한 해에 챔피언이 되었다. 세나는 13PP를 거머쥔 88년, 그리고 90(10회)∼91(8회)년에 세계 타이틀을 차지했고, F1 7회 월드 챔피언 미하엘 슈마허는 최다 PP를 기록한 1994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2003년 BAR에서 활약한 자크 빌르너브에게 97년은 최고의 호시절이었다. 7승, 10PP라는 걸출한 성적으로 F1 데뷔 2년 만에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단 한 차례도 1그리드에 서지 못한 그는 데뷔전 폴포지션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 채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이밖에 데이먼 힐, 니키 라우다, 넬슨 피케 등도 한 시즌 9회 폴포지션을 따내며 명성을 드높였다.
그러나 시즌 최다 폴포지션이 항상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F1 4회 월드 챔피언 알랭 프로스트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 93년에 열린 16전 중 13회 예선 최고 기록을 뽑아낸 프로스트는 그 해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85년과 88년 2회, 86년에는 단 한 차례 PP로 드라이버즈 부문 정상에 올라섰다.
한편, 지난해 드라이버즈 챔피언 세바스찬 베텔이 단일 시즌 최다 폴포지션 기록을 경신할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열린 11전 가운데 8전에서 예선 1위에 오른 베텔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 부문 기록 경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 그랑프리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고, 맥라렌과 페라리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이어서 시즌 전반과는 다른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즌 최다 폴포지션 순위(2010년까지)
폴포지션드라이버 국적연도
14나이젤 만셀 영국1992
13알랭 프로스트 프랑스 1993
아일톤 세나 브라질 1988, 89
11미하엘 슈마허 독일2001
10아일톤 세나 브라질 1990
자크 빌르너브 캐나다 1997
세바스찬 베텔 독일2010
9미하엘 슈마허독일2000, 2001
미카 하키넨 핀란드 1998
데이먼 힐 영국1996
니키 라우다 호주1974, 75
로니 피터슨 스웨덴 1973
넬슨 피케 브라질 1984
8 마이클 안드레티 미국1978
제임스 헌트 영국 1976
나이젤 만셀 영국1987
아일톤 세나 브라질 1986, 91
미하엘 슈마허독일2004
7 마이클 안드레티 미국 1977
짐 클라크 영국 1963
데이먼 힐 영국1995
아일톤 세나 브라질 1985
미하엘 슈마허 독일2002
루이스 해밀턴영국2008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LAT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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