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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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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퍼플 블루 권봄이의 재발견


4월 14일 금요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한산한 미디어룸에 앉아 연습주행 기록을 살펴보다 다소 의외의 결과에 시선이 쏠렸다. 올해 들어 출전 선수들이 크게 늘어난 GT2 기록표 맨 윗줄에 예상과 다른 이름이 올라 있어서였다.
그의 이름은 서한-퍼플 블루 소속 권봄이. 지난해 챔피언 한민관(서한-퍼플 레드), 원레이싱 돌풍의 선두 이원일, 또는 드림레이서-디에이 4인방의 리더 이준은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었지만, 기자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 연습주행부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권봄이. 그의 역주는 GT2 예선과 결승에서 알토란같은 결실로 이어졌다. 1차 예선 1위는 열심히 보낸 스토브리그를 알리는 신호탄. 2차 예선(슈퍼랩) 2위로 개막전에 돌입한 권봄이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17랩을 기운차게 달린 뒤 2위 포디엄에 성큼 올라섰다.
결승 도중, 한 차례 다가온 레이스 대열 선두를 놓친 아쉬움 탓일까? 2017 시즌 개막전을 매끄럽게 치러낸 권봄이는 인터뷰에서 슈퍼랩 결과에 미련을 두었지만, GT2 2위 트로피를 처음 안은 그에게서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몇 뼘 성숙해진 모습으로 챔피언십 경쟁에 당당히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때문이다.
2016 GT2 3위, 올 시즌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 보여줄 터
여성 레이서 권봄이의 출발은 코리아카트챔피언십에서 찾을 수 있다. 제네시스 쿠페 경주차를 타기에 앞서 125cc 엔진을 얹은 카트로 레이싱의 기본을 닦은 것. 서울 잠실카트장에서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연습에 매진한 그는 2011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을 통해 서킷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소 이른 자동차경주로의 전환은 그에게 적지 않은 시련을 전했다.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제네시스 쿠페 데뷔전 성적은 17명 중 15위. 두 경주에 출전한 뒤 시리즈를 접은 권봄이는 이듬해 슈퍼1600 클래스로 옮겼으나, 여전히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3년은 권봄이에게 또 다른 도전의 해. 풀 시즌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KSF 벨로스터 터보 클래스를 새로운 도전 무대로 선택한 그는 시리즈 5라운드에서 처음으로 포디엄 피니시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맞이한 2014년은 ‘드라이버 권봄이’에게 잊을 수 없는 1년이 되었다. 레이싱 명가로 발돋움한 서한-퍼플모터스포트에 발탁되는 행운 그림자에 예상치 못한불운이 스며든때문이다.
이 해 KSF 벨로스터 터보 마지막 라운드에서 일어난 사고는 그의 드라이버 커리어를 크게 위협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의 부단한 지원 속에서 강인한 재활의지를 보여준 권봄이는 2015 KSF 3라운드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차분하게 2015 시즌을 소화한 그는 지난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2 클래스에서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1, 2라운드 연속 3위를 포함해 세 차례 포디엄에 오르며 시리즈 3위로 도약한 것이다. 이는 개인통산 역대 최고 기록. 서킷 레이스 데뷔 6년 만에 일군 수확은 드라이버 권봄이를 한층 성장시켜줄 디딤돌로 손색이 없었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냈다”는 그에게 2017 슈퍼레이스 GT2 개막전은 이전과 다른 도전 무대였을 터. 서한-퍼플 블루 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권봄이의 1라운드 성적은 그래서 귀하게 반추할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이제 여성 드라이버라는 굴레를 벗어나, 더불어 결승에서 가볍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옹골차게 성장한 일면을 연습주행, 예선, 그리고 결승에서 입증했기 때문이다.
“팀 스태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는 말로 GT2 개막전 2위 포디엄의 기쁨을 표현한 권봄이는 “팀워크 탄탄한 서한-퍼플 블루에서 더욱 정진하는 드라이버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금은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권봄이. 그의 2017 시즌에 거는 팬들의 기대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단단하게 영글어가길 바란다. 1라운드 결승 패스티스트랩을 들지 않아도, 그 길로 들어서는 첫 번째 방정식은 이미 명쾌하게 풀어낸 듯하다.
박기현(gokh3@naver.com), 사진/정인성(nsdolt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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