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제 마스터즈 시리즈 인제 내구 2라운드는 혼전 속에서 4개 클래스 포디엄 드라이버를 가려냈다. 5월 11일(일), 궂은 날씨가 변수로 작용한 2시간 레이스에서 개막전 1위 김현석·원대한 조가 INGT1 2연승을 거두었고, 정윤호·강신홍·민변호 조는 INGT2N 클래스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경주차 18대, 드라이버 38명이 출전한 인제 내구 2라운드는 이색 드라이버 조합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자(父子) 김정수·김동은(인제 레이싱), 사제지간 신윤재·김태현(DMZ) 조가 INGT1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 특히,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부자 레이서가 팀을 이뤄 참가한 김정수·김동은 조는 몇몇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주 체커기를 통과했다.
현재 ㈜인제스피디움 스포츠 태스크포스 팀 단장으로 재직 중인 김정수는 널리 알려진 대로 손꼽히는 베테랑 드라이버 출신. 1995년부터 국내 주요 서킷 레이스와 오프로드 레이스를 비롯해 인터텍 인 코리아, F3 코리아 슈퍼프리 등에 출전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정수 단장은 프로 레이싱팀 감독으로도 뚜렷한 이력을 남겼다.
김정수 단장의 아들 김동은은 국내 대표 자동차경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고 클래스 슈퍼6000(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드라이버. 만 4세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한 김동은은 국내 카트 레이싱을 평정한 이후 2010년부터 슈퍼6000 스톡카를 타면서 실력파 드라이버로 입지를 다져왔다. 올해 4월에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센추리클럽 드라이버로 거듭났다.
베테랑 드라이버 겸 감독 출신 김정수 단장과 레이싱 명가 오네 레이싱 핵심 김동은 선수의 인제 마스터즈 등장은 라이벌 팀은 물론 팬들에게도 화제를 모았다. 6년 만에 다시 단일 팀 드라이버로 서킷에 나선 김정수·김동은 조의 출전 배경은?
이에 대해 김정수 단장은 “큰 틀에서 인제 마스터즈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자 팀을 구성하게 되었다”면서 “아들과 함께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레이스를 치렀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김동은은 “어버이날 선물(?) 차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현역 정상급 드라이버의 아마추어 레이스 출전 결정이 쉽지 않았겠지만, 위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 김동은은 7년 동안 세워둔 차를 인제 스피디움에 올리면서 여러 소회가 뒤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오랜 기간 드라이버로서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준 부모님의 노고를 다시금 되짚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결승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레이스 전후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 김동은은 “오늘 한 팀 드라이버로 뛴 아버지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배 드라이버로서, 더불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현재의 자신을 이끌어 준 아버지의 노고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뒤이어 이번 경주 성적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았다는 김동은. 그러나 정상 컨디션을 벗어난 경주차로 완주조차 버겁겠다고 판단했다는 김동은은 “현역을 떠난 지 오래된 아버지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생각보다 잘 달려주었다”며 웃었다.
평소 덤덤한 아들과 나란히 앉은 김정수 단장은 겸연쩍어하면서 인제 마스터즈에 대한 향후 청사진 일부를 털어놓았다. 기회가 되면 보다 많은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대회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내구 레이스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인제군과 금호타이어가 후원하는 2025 인제 마스터즈 시리즈 3라운드는 7월 19~20일 ‘인제 국제 모터 페스티벌’로 개최될 예정이다.
박기현 기자 l 사진 MJ CARGRAPHY 이명재(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