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CJ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서 CJ 레이싱팀은 걸출한 성적을 남겼다. 슈퍼6000 3연패와 더불어 GT 클래스에서도 챔피언 드라이버를 배출하는 겹경사를 맞은 덕분이다. CJ 레이싱팀 전성시대를 이끌어낸 선수들은 황진우와 최해민. 둘 모두 올해 CJ 레이싱팀에 합류한 첫 해에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는 역주를 펼쳤다.
GT 챔피언 최해민의 성과도 대단하지만,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정상 슈퍼6000 클래스를 석권한 황진우의 2013년은 어느 해보다 귀하게 반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2006년 CJ 슈퍼레이스 GT1 시리즈를 제패한 이후 7년 만에 거둔 챔피언 타이틀은 이제 서른으로 접어든 그에게 귀중한, 그러면서도 든든한 도약의 뜀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CJ 레이싱팀 모두가 챔피언이다”
황진우의 레이싱 경력은 카트로 시작되었다. 카레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카트 레이싱에 뛰어든 그는 눈에 띄는 성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2003 아시안 포뮬러 르노 챌린지는 카트를 마친 황진우가 한 계단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F3 코리아 슈퍼프리를 거쳐 국내 투어링카 레이스에 출전한 황진우는 치열한 경쟁 무대에서 남다른 성과를 올렸다. 2004 BAT GT 챔피언십 최고 클래스에 참가해 시리즈 3위에 오른 것이다.
2005~2006년은 힘찬 도약의 해. 당시 렉서스 레이싱에서 GT1 경주차를 운전한 황진우는 국내 정상 오일뱅크와 인디고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2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국내 정상 무대를 석권한 황진우는 2009 A1그랑프리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부실한 팀 운영은 세계적인 레이싱 무대를 처음 밟은 그에게 다소의 시련을 전했다.
새롭게 각오를 다진 2012년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황진우가 옹골찬 응집력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올 시즌은 비상(飛上)의 해. 국내 정상 CJ 레이싱팀에 마음 든든한 터전이 마련되자 고공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2013 슈퍼레이스 슈퍼6000 개막전은 활기찬 비상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 연거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황진우는 시리즈 최종전을 역전 우승으로 마무리짓고 슈퍼6000 챔피언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 챔피언 타이틀에는 어느 해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CJ 레이싱팀에서의 첫 시즌에 오래 기억될만한 성적을 내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준 CJ그룹을 비롯해 CJ 헬로비전 임직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금호타이어와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경주차를 만들어 준 미캐닉 모두에게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매 경기마다, 또한 레이싱팀 공식행사가 있는 현장에서 힘을 북돋아준 CJ 레이싱팀 서포터즈와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7년 만에 거둔 챔피언 타이틀의 기쁨을 팀원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힌 황진우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CJ 레이싱팀의 우승 이면에 든든하게 뿌리 내린 팀워크 덕에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의수 감독과 미캐닉들, 팀 매니저, 그리고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스폰서십의 고른 조화가 올 시즌 우승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황진우는 “CJ 레이싱팀의 일원으로서 시리즈 정상을 향해 함께 고군분투한 팀원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슈퍼레이스 슈퍼6000 클래스 정상에 오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에 대해 황진우는 팀 최초로 원투 피니시를 기록한 중국 천마산 레이스, 스즈카 우승,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이었던 최종전을 꼽았다. 강원도 태백에서의 나이트 레이스는 잊고 싶은 기억. 2년 연속 아쉬움을 남긴 탓이다.
“정말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올해 나이트 레이스 때에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리타이어는 무척이나 아쉬운 결과였다.”
7전 중 4승을 거둔 황진우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드라이버는 누구였을까? 두말이 필요없는 우문이라는 듯, 김의수 감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팀 내부적으로 모든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김의수 감독은 배울 점이 많은 팀 동료이면서 최고의 라이벌이다. 인제스피디움 김동은과 아오키 다카유키도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귀중한 성과를 올린 황진우. 최근 10년 동안 세 차례 챔피언에 오른 그는 내년에도 CJ 레이싱팀에서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목표도 여전히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국내 드라이버들 가운데서 해외 레이스 경험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황진우는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 어떤 레이싱 카테고리든 가리고 싶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레이스 경험을 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평소 라이벌이자 아끼는 후배인 김동은 선수와 가깝게 지낸다는 황진우. “같은 2세 드라이버로서 서로의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마음 편하다”는 그의 사소한(?) 고민 하나는 체중감량. 올해 초에 세운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면서 미소 짓는 그의 스토브리그는 실제 레이스 만큼이나 쉽지 않을 듯하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진우.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경주의 기초 단계를 차분하게 밟아온 그가 앞으로도 더욱 의미 깊은 행보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하다. A1그랑프리 이후 국내 레이스로 복귀하면서 다잡은 초심을 잊지 않는다면 그의 미래는 올해처럼 고공비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정인성, CJ 레이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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