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ASA 6000 클래스의 슈퍼루키 이정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슈퍼다이큐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했다. 와이마라나 카즈나 팀의 초청을 받은 이정우는 아우디 RS LMS TCR 경주차를 타고 ST-TCR 클래스에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올해 CJ로지스틱스 레이싱에 발탁되어 ASA 6000 시리즈에 본격 진출한 이정우는 1, 2라운드에서 모두 완주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정우의 슈퍼다이큐 출전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팀에서 나는 오후 6시부터 8시 해가질 무렵, 그리고 새벽 1시의 심야 스틴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극한의 연비주행, 타이어와 패드를 아끼는 주행으로 당초 예상한 50랩이 60랩으로 연장되면서 롱 스틴트로 바뀌었다. 다른 드라이버들도 마찬가지로, 한 번의 스틴트에서 60랩 가량을 소화했다. 다행이 연비주행이라는 작전이 맞아떨어지며 라이벌 팀들이 3번 피트스톱을 소화할 때 2번 혹은 그보다 적은 피트스톱을 기록하며 순위가 점점 올라갔다. 날짜가 넘어가는 6월 2일 0시 이후의 팀 순위는 3위. 새벽 1시에 경주차를 넘겨받아 주행을 이어나갔다.
계속되는 주행에 경주차의 스트레스는 심해졌고, 연습주행 동안 나타나지 않던 바이브레이션도 심해진 상태였다. 밤 2시를 기점으로 우리 팀의 순위는 2위까지 올라갔다. 반면 초반에 하이 페이스를 유지한 KCMG과 아데나우 팀은 경주차 트러블로 피트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순위권 경쟁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주행 중 실시간으로 연비나 주변 상황을 듣고 있었는데, 1위 팀 드림드라이브 아우디 TCR이 우리 팀보다 훨씬 더 연비주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극도의 연비주행으로 드라이버 1인 당 60랩 이상을 주행했으며, 브레이크 패드 교환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3랩 정도 뒤처진 상태였고, 경주차 내구성 또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페이스를 올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담당 스틴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 무전으로 3랩 후 피트인 사인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경주차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진동이 나타났다. 팀에 이 내용을 보고했으나 계속 주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랩 1번 코너를 탈출하는데 경주차에서 아무런 동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이브샤프트가 부러진 것이었다. 구난차가 팀 경주차를 실어 정비동까지 이동한 뒤 미캐닉들의 재빠른 작업으로 다시 한 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1시간 10분가량 지난 상태였으며, 순위도 7위까지 하락했다.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스프린트용 TCR 경주차로 24시간 내구레이스를 버텨낸다는 것은 이런 것을 의미했다. 레이스는 11시간가량이 남아있었고, 프로 드라이버와 팀 오너 드라이버 두 명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 대씩 한 대씩 추월하며 순위를 올려나갔다.
마지막 2시간을 남기고 마지막 피트스톱을 마친 호리 로버트가 남아있는 패드와 가솔린을 모두 소모하기로 작전을 변경해 4위를 추격해나갔다. 4위와의 갭은 한 바퀴 이상. 내구레이스 종반에는 20초까지 줄어들어 어쩌면 4위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추월하지는 못했다.
이번 레이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 현역 최고 드라이버들과 같이 달리며 데이터를 공유해볼 수 있었다는 점, 24시간 내구레이스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랩타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드라이버로서 퍼포먼스를 계속 끌어올리기 위해 주행을 해왔다면, 이번 레이스에서는 살아남는 방법, 타이어가 소모되고 경주차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다가오는 주말에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개최된다. 그간의 레이스와 공식 테스트로 쌓은 경험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다.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배운 값진 경험들을 잘 소화해서 3라운드에는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슈퍼레이스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슈퍼다이큐 시트를 내준 와이마라마 키즈나 레이싱팀과 시즌 중임에도 해외 레이스를 흔쾌히 허락해준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글/이정우, 사진/chiyo-Katsumasa.com, 이정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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