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1 그랑프리 개막을 앞두고 ‘그리드걸’(Grid Girl) 폐지와 관련된 찬반논쟁이 다소 뜨겁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 달 말 F1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그리드걸을 올해 F1 월드 챔피언십에서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그랑프리 주말에 함께 개최되는 모터스포츠 이벤트에도 적용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인데요. 그랑프리 관계자와 팬들의 찬반여부를 떠나 F1이 결정한 내용이므로, 변화의 여지는 없겠습니다.
대다수 자동차경주 결승 출발에 앞서 선수들의 이름과 번호, 국적(국기), 후원사 등이 적힌 피켓을 드는 역할을 수행하는 그리드걸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레이스퀸, 영국의 경우 피트베이비, 태국에서는 프리티(Pretties)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통칭 레이싱걸(Racing Girl)을 사용했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레이싱 모델(Racing Model)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레이싱 현장이 아닌 모터쇼, 자동차회사 새차 발표회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에 등장하는 내레이터 모델도 레이싱 모델로 불리는 실정입니다. 현역 레이싱걸이 아님에도 그렇습니다.
그리드걸의 효시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경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마케팅 측면에서 그들의 가치가 높아지자 수많은 모터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그리드걸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킷 레이스가 출범한 1995 한국모터챔피언십 시리즈 개막전부터 레이싱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경주에서 F1 그랑프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그리드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경우 그리드걸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대체로 각 레이싱팀 또는 후원사들이 자체적으로 레이싱걸을 고용하고 있는데요. 긍정적인 의미의 이미지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선택된 것입니다. 대회 프로모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쉐보레 레이싱, 서한그룹, 쏠라이트 인디고 외 여러 테크니컬 파츠 후원사들이 대표적입니다.
레이싱 현장에서 이들의 인기는 높은 편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팬클럽을 갖고 있을 정도이니 두 말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제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효용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반대의 경우 지나친 성 상품화와 더불어 그들이 본연의 역할은 외면한 채 개인 얼굴 알리기에 더 주력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F1의 그리드걸 폐지안 발표가 국내외 모터스포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드걸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F1 측은 ‘현대 사회적 규범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그랑프리 선수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립니다. 심지어 니키 라우다 경 같은 거장도 이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할 정도입니다. 니키 라우다 경은 반대 쪽입니다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은 현실입니다.
2018 F1 롤렉스 호주 그랑프리는 3월 25일 멜버른 엘버트파크 서킷에서 개최됩니다. F1 오피셜 타이어 피렐리는 어떤 입장일까요? 또 타이틀 후원사 롤렉스는? 다음 주에 대한자동차경주협회를 방문하는 장 토드의 생각도 조금 궁금합니다.
그동안 그리드걸을 운영하지 않은 슈퍼레이스는 다소 자유로울까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입니다. 차제에 슈퍼레이스 레이싱 모델 토크쇼 운영 내용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떨까요? 더불어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은 레이싱걸에게 마이크를 맡긴 페이스북 이벤트,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레이싱걸 인기투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박기현 gokh3@naver.com ㅣ 사진 피렐리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