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즈 팀이 마침내 2012 시즌 드라이버 라인업을 확정했다. F1 명가에서 하위 팀으로 구른 윌리엄즈는 퍼스트 드라이버로 파스토 말도나도를 선정한 뒤 남은 시트를 놓고 고심하다 브라질 출신 브루노 세나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브루노와 시트 경쟁을 벌인 루벤스 바리첼로와 애드리안 수틸은 올해 F1 그리드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지난해 로터스에서 하반기 8전에 출전한 부르노는 “윌리엄즈에 들어가게 되어 영광스럽다”는 말로 F1 시트를 차지한 기쁨을 드러냈다.
“여러 드라이버 가운데 나를 선택해준 점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브루노는 “위대한 전통을 보유한 팀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브루노는 이어 “삼촌(아일톤 세나)이 활약했던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라면서 “팀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고국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화답하고 싶다. 아울러 브라질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윌리엄즈 대표 프랭크 윌리엄즈 경은 “세나의 능력은 검증되었다. 팀 입장에서는 그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 윌리엄즈 머신으로 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신뢰를 내비쳤다.
1983년 10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브루노 세나(28세)는 비교적 늦은 20세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싱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 영국 포뮬러 BMW(칼린 모터스포츠)에 출전한 뒤에는 F3와 GP2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2008년 GP2에 나타났다. 모나코와 실버스톤에서의 놀라운 우승 덕에 시즌 2위를 기록한 것이다.
브루노의 첫 F1 출전은 2010년에 이루어졌다. 2009년에 HRT와 계약을 맺고 이듬해 풀 시즌 드라이버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랑프리 데뷔 해 성적은 매우 초라할 정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 머신을 타고 대부분의 레이스에서 리타이어한 결과였다.
그 여파는 2011년으로 이어져 HRT 시트를 차지하지 못한 채 르노 리저브 드라이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F1 결승 그리드에 오르지 못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다가왔다. 노장 닉 하이드펠트를 대신해 벨기에 그랑프리부터 르노 R31 머신을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루기 어려운 경주차로 세 차례 Q3에 진출한 브루노는 한동안 2012 시트를 놓칠 위기에 처했으나,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지참금 덕에 백전노장 루벤스 바리첼로를 밀어내고 윌리엄즈 시트를 확보하게 되었다.
브루노 세나와 같은 브라질 출신 루벤스의 F1 경력은 이제 종착역에 다다른 듯하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윌리엄즈 시트에서 멀어진 루벤스는 그러나 트위터를 통해 브루노의 행운을 기원했다.
한편, 브루노 세나가 윌리엄즈행 막차에 올라감에 따라 올해 남은 그랑프리 시트는 하나(HRT)로 줄어들었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윌리엄즈 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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