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제스피디움은 어느 해보다 활기차게 돌아가는 듯하다. 이전과 같이 대형 국제 자동차경주가 열리지는 않지만, 국내 대표 자동차경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과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을 비롯해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넥센 스피드레이싱 외 카메이커의 여러 트랙데이가 인제스피디움을 무대로 하는 까닭이다. 국내 최초 랠리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의 주요 거점도 이 곳. SBS <더 레이서>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첫 촬영을 마치는 등 인제스피디움은 이전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자동차연맹 공인 그레이드2 등급 서킷, 호텔과 콘도 등을 갖추고 국내 최초 복합 자동차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인제스피디움. 이를 진두지휘하는 새 사령탑 탁윤태 대표를 만나 그가 구상하고 추진하는 청사진을 들어봤다.
RACEWEEK 인제스피디움 신임 대표로 부임한 소감은?
인제스피디움을 모터스포츠 레저문화의 메카로 발전시키는데 있어 그동안 쌓은 프로모션 사업 역량을 총동원해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RACEWEEK 인제스피디움 대표로 부임하기 이전에 마케팅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성과를 들자면?
프로모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대전 엑스포와 월드컵 거리응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지방자치단체장, 장관, 총리, 대통령 등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1998년에 진행한 세계미용대회다. 1996년부터 3년간 대회 유치 및 홍보를 전담한 행사인데, 97년 IMF로 위기를 맞았다. 회사(당시 금강기획)에서는 행사 중단을 고려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RACEWEEK 인제스피디움 설립 이후 운영권과 관련된 내홍이 많았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운영권과 관련된 논란은 합리적으로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전 임시 운영사가 인제군을 상대로 제기한 운영사 승인처분 취소 신청에 대해서는 1심에서 춘천지방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려 일단락된 상황이다.
RACEWEEK 운영권 외에 지역주민과의 크고 작은 마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대표적인 예로 소음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우리 시설이 자동차경주장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로 파악된다.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소음은 그에 비례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방음벽 설치 등으로 소음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인제군과 함께 소음규제 완화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과 원만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밖에 숙박시설 비용에 대한 인근 펜션과의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이는 개장 초기 단기적인 프로모션 행사여서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
RACEWEEK 올해를 인제스피디움 운영 활성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신임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구체적인 운영안은?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면 콘텐츠 확충을 꼽을 수 있겠다. 고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들이 많이 알도록 해야 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개발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시설을 갖춘 인제스피디움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최근 문을 연 카트장과 전동 레저 존, 수영장, 그리고 섬머 페스티 벌 등은 그 일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모토쿼드와의 협약을 통해 지원받은 차로 서킷 택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RACEWEEK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인제 스피디움 서킷 역시 일부 적자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인제스피디움 활성화가 곧 흑자전환으로 가는 길일 수밖에 없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숙박 이용객이 늘어나면 매출은 증가한다. 우선은 이를 위해 매스 미디어를 활용하는 한편, 서킷 프로그램 다양화, 부대 프로그램 개발, 드라이빙스쿨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도와 협력해 해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진행 중이다. 사용빈도가 적은 강원도의 옛 길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곧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ACEWEEK 중장기적으로 인제스피디움이 지향하는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롤 모델이 있다면?
인제군이 추진 중인 ‘고성능 자동차 복합 튜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힘을 보태 인제스피디움 내에 튜닝카를 제작, 판매하는 튜닝센터를 운영하고, 인제스피디움 주 변을 고성능 자동차 튜닝 생산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롤 모델이라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과 아우토슈타트가 합쳐진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인제스피디움의 피트 등 기반시설을 활용해 고성능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월 2대 정도 고성능 완성차를 판매 할 계획도 마련해 두었다. 고성능 자동차는 고저차가 크고 다이내믹한 코너가 많은 인제 스피디움 서킷 및 주변 에 조성될 랠리 코스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완성될 것이다. 이를 구입한 고객들은 인제스피디움 호텔이나 콘도에서 특급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또한 서킷과 랠리 코스를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RACEWEEK 인제스피디움이 주축이 된 월드 랠리 챔피언십을 기대해도 좋은가?
인제스피디움이 주축이 된다기보다는 강원도와 SBS가 유치에 큰 힘을 쏟을 것이다. 실제로 7월 9일 강원도와 SBS 간의 WRC 유치를 위한 업무제휴가 진행되었다. WRC가 유치된다면 인제스피디움이 대회의 중심 시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RACEWEEK 운영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한 카트장은 전문 카트장으로 보기 어렵다. 향후 개선책을 갖고 있나?
현재 패독 2층에 마련된 카트장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위한 레저용 카트장이라고 보면 된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은 A코스와 B코스로 구분되어 있는데, B코스에서 전문 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카트와 레이싱 카트 등 전문 카트를 탈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카트 대회도 구상하고 있다.
RACEWEEK 서킷 접근성이 비교적 취약한 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인제스피디움이 수도권에서 멀지 않다. 2016년 동서고속도로 동홍천-양양 구간이 개통되면 서울에서 약 1시간 20분이면 닿을 정도로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자체적으로는 대중교통과 연계된 시스템도 보강할 방침이다. 현재 인제, 현리와 서킷 사이를 오가는 셔틀을 운행 중이다. 이를 강화한다면 인제스피디움을 찾는 고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RACEWEEK 서킷 내에 휴식 공간이 부족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많지 않은 현실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체험관은 유명무실하고, 식음료 부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휴식공간과 즐길거리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일반인들이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카트장과 전동 레저 존을 오픈했고 수영장도 갖추었다. 미디어센터 앞에 식음료 부스 및 스포츠 주행 고객 대상 라운지도 마련해 두었다. 모터스포츠 체험관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공간도 넓고 제대로 운영하기에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콘텐츠 확충 등 준비할 내용이 많다.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교육적인 내용을 강화하면서 재미있는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준비할 계획이다.
RACEWEEK 서킷 자체 드라이빙스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성을 갖춘 드라이빙스쿨이 매우 드문 국내 현실에서 인제스피디움이 추구하는 드라이빙스쿨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해외 유명 드라이빙스쿨과의 연계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재 미국의 유명 드라이빙스쿨인 스킵 바버 레이싱스쿨과의 제휴를 진행 중이다. 스킵 바버의 인증을 받은 인스트럭터들이 스킵 바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국내 실정에 맞는 내용을 골라 인제스피디움에서 직접 교육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중이지만 조만간 세부사항이 정해질 것이다. 안전교육부터 레이싱, 드리프트, 카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와의 협약으로 선수 라이선스 교육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ACEWEEK 아마추어 레이스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성격의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지향하고 있나? 또한 대한자동차경주협회 공인 대회로 추진할 계획인가?
우선 중고생 카트 대회를 운영하면서 모터스포츠의 학원체육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2~3년 사이 카트 선수의 대학 특기자 전형이 줄어들어 선수층이 매우 얇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가장 기초적인 카트가 제대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9월 시작을 목표로 중고생 카트 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선수를 선발해 출전비용을 지원하는 장학제도도 마련할 예정이다. 카트 대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 특기자 전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 부분도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지자체 등과 함께 각 대학 자동차학과와 접촉해 특기자 전형 부활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아마추어 원메이크 대회를 추가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초보자를 위한 타깃 트라이얼 세션의 상설 운영, 대학의 자동차 관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개조차 대회도 기획 중이다. 카트와 원메이크 대회는 기본적으로 협회 공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반에는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협회와 협약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회 공인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최종적으로는 협회 공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RACEWEEK 지난 2년 동안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는 국제 규모 자동차경주가 여러 차례 개최되었다. 올 시즌 현재 주목할 국제 자동차경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 대회 개최 또는 서킷 임대와 관련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처음 부임하고 나서 그간의 상황에 대해 살펴보니 슈퍼다이큐, 아시안 르망 시리즈 등 국제 규모 자동차경주를 진행하면서 많은 손실을 본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더 이상의 손실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당분간은 국내 대회 위주로 내실을 다지고 직접 대회를 추진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한다. 하지만 회사의 큰 그림상 필요한 활동은 진행할 것이다. 예를 들면 랠리를 들 수 있다. 현재 인제스피디움과 인제군, 강원도가 함께 랠리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랠리를 만들고 APRC 등 아시아 지역 대회 유치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WRC 한국 대회를 기획하고 있다. 랠리 코스 개발은 랠리 대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용으로 상품화하기 위함이다. 개발된 코스를 따라 랠리 택시나 랠리 드라이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랠리 코스를 직접 체험하고 주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결합 상품을 말하는 것이다. WRC같은 큰 규모의 대회는 이런 상품을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다. 마침 강원도에서도 WRC에 큰 관심을 가지고 대회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RACEWEEK 5년 또는 10년 뒤 인제스피디움의 모습을 전망한다면?
롤 모델로 앞서 언급했던 뉘르부르크링과 아우토슈타트가 복합된 자동차 레저문화의 메카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골프가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골프장이 생기고 활성화가 된 것처럼, 모터스포츠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박기현(gokh3@naver.com), 사진/이명재(MJ CAR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