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보다 두세 배 빠른 스피드로 순위 경쟁을 펼치는 자동차경주는 여느 스포츠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산차와 크게 차별화된 경주차의 안전도는 상상 그 이상. 일반도로에서라면 치명적인 부상을 동반할 사고도 실제 자동차경주에서는 대체로 경미한 수준에 머물고 만다. 오랜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를 통해 진화된 안전장비와 기술이 서킷은 물론 경주차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2015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를 상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직선주로 끝에서 추돌사고 후 세 바퀴 반을 회전한 뒤 펜스를 넘어간 슈퍼6000 경주차 드라이버 김진표는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을 뿐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경주차, 그리고 여러 가지 안전장비 덕분이다.
헬멧, 한스 등 다중 안전장비 갖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자동차경주에서의 안전장비는 서로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크고 작은 사고에 철저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침인 셈이다. 경주차에 갖추어진 안전장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롤케이지를 들 수 있다. 충돌이나 추돌, 경주차 전복 등에 대비한 롤케이지는 강성이 매우 뛰어난 소재의 봉으로 제작되어 차체 비틀림이나 찌그러짐을 막아준다. 즉, 선수의 세이프티존을 확보하는 장비라 할 수 있다.
경주차의 6점식 안전벨트 역시 중요한 안전장비다. 뛰어난 안전성을 보장하는 6점식 안전벨트는 드라이버의 몸을 시트에 단단히 밀착시켜 준다. 윈도 넷, 강화 플라스틱 윈도 등도 안전 보조장비. 여기에 더해진 소화 시스템과 전원차단장치는 화재로부터 드라이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연료나 각종 오일이 샐 경우,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한 장비다.
참고로 슈퍼레이스 슈퍼6000 스톡카에는 라크로(RACRO)가 개발한 소화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이 장비는 경주차 내외부에 위치한 레버를 당기면 작동되는데, 6개의 화점에 분사된다. 라크로의 소화 시스템은 오일류로 인한 화재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경주차에 설치된 안전장비 외에 선수들도 경주차 사고와 화재에 대비한 헬멧, 레이싱슈트, 신발, 장갑, 방염내의, 발라클라바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안전장비를 모두 갖추면 섭씨 800도의 화재 속에서도 18~20초 동안 버틸 수 있어 사고로부터 드라이버가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이 착용하는 FIA 공인 헬멧은 충돌 사고와 화재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10여 가지에 달하는 헬멧의 안전도 테스트는 매우 엄격하다. 관통력 테스트는 헬멧 외피와 바이저 모두에 적용되는데, 약 4kg의 금속 대못을 헬멧 위로 떨어뜨리고, 바이저의 경우에는 1g짜리 산탄을 세 곳에서 시속 500km가 넘는 속도로 발사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헬멧 외피, 바이저, 내부 패딩은 섭씨 830도 이상의 내열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암석이 용암으로 바뀌는 임계점이 700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수들이 착용하는 헬멧의 안전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목을 보호하는 한스(HANS)도 빼놓을 수 없는 안전장비다. 한스는 헬멧과 연결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물리적 충격으로 목에 전해지는 충격을 크게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광선(레이스위크 객원기자), 사진/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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