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 레이싱팀, 쏠라이트 인디고의 2014 시즌 성적표에서는 이전과 크게 다른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2014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 전반 3전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포디엄 정상을 밟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디고 레이싱팀이 출범한 해는 1997년.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모터챔피언십에 출전한 이 팀은 경주차의 시동을 멈춘 2년(2007~2008), 그리고 단발적으로 레이스에 참가한 2010년을 제외하면 언제나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명문이었습니다.
인디고의 화려한 경력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습니다. 2002년부터 BAT GT 챔피언십 시리즈를 호령한 이 팀은 GT1과 F1800 클래스에서 국내 정상 레이싱팀다운 관록과 패기를 뿜어냈고, 이후에도 2009 CJ 오 슈퍼레이스 슈퍼3800, 2011~2012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정상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2014 KSF 제네시스 쿠페 10 클래스에서 인디고는 흔들리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라이벌이라고는 프로 데뷔 3년째를 맞이하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뿐인데, 우승 문턱에서 서성거리며 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다수의 팀들은 엄두도 못 낼 팩토리를 보유한 인디고…. 하지만 오랫동안 국내 자동차경주 정상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인디고는 팀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탄탄한 조직력과 남다른 경쟁력을 갖춘 쏠라이트 인디고의 오늘은 매너리즘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팀 운영 전반에 집중할 수 없는 인사, 여기에서 비롯된 경쟁력 약화가 우승 샴페인에 익숙한 인디고의 오늘을 만드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요?
십수 년 전 인디고에는 여느 팀에 없는 자발적 팬들이 있었습니다. 김의수, 이재우, 조항우 등이 우승 포디엄을 휩쓸 당시, 인디고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팬들은 편하지도 않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잔디 스탠드에 서서 ‘인디고 블루 컬러’가 들어간 깃발을 흔들며 흥겨운 레이스위크를 보냈습니다. 요즘 인디고에 과거와 같은 팬들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팀 수뇌부는 물론 인디고호에 승선한 이들 모두가 깊이 반추해야할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올해 발탁된 루키 두 명의 활약이 흔들리는 인디고호에 그나마 위안이 되어 보입니다. 카트 레이싱에서 남다른 실력을 입증한 김재현(사진 왼쪽)과 서주원이 그 주인공. 제네시스 쿠페 20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는 이들은 클래스 라이벌보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3라운드 내내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포르테 쿱 챌린지 챔피언 김재현은 3전 연속 우승하는 파워 레이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막전에서의 불운을 딛고 일어선 서주원의 역주도 놀랍습니다. 투어링카 데뷔 3전 만에 3위 포디엄에 오른 서주원은 김재현과 함께 인디고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 l 사진 정인성 기자 nsdolt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