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결승은 맥스 페르스타펜의 2연승, 그리고 레드불의 두 경주 연속 원투승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F1 통산 56번째 우승 무대에서 100번째 포디엄 피니시를 이뤄낸 페르스타펜은 디펜딩 챔피언다운 실력을 발휘하며 포디엄 정상에 우뚝 섰다.
레드불 듀오 외에도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포인트를 획득한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와 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마틴), 그리고 두터운 팀워크를 보여준 하스 F1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이들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 드라이버는 페라리 리저브 ‘올리버 베어맨’이었다. 맹장염 진단을 받은 카를로스 사인츠의 경주차를 책임질 드라이버로 긴급하게 호출된 뒤 팀의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준 까닭이다.
18세 올리버 베어맨(영국)은 2021 ADAC F4와 이탈리안 F4 챔피언 드라이버. 이듬해에는 FIA F3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위를 기록했고, 2023 시즌부터 FIA F2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다.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출신으로, 2024 F2에 참가하면서 페라리와 하스 리저브 드라이버로 발탁된 베어맨은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세 번째 연습주행을 몇 시간 앞두고 F1에 데뷔할 기회를 잡았다.
3월 8일 FP3 60분을 소화한 베어맨은 밤 8시에 시작된 F1 첫 예선부터 상당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Q3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7회 월드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에 0.036초 뒤진 랩타임으로 예선 1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다 서킷 50랩 결승에서는 더욱 인상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한 오프닝랩에서 제자리를 지킨 베어맨은 이후 츠노다 유키와 니코 휠켄베르크를 넘어섰고, 종반에는 맥라렌 랜도 노리스의 거센 공략을 차단하고 7위 체커기를 통과한 것이다.
6위 조지 러셀과의 기록 차이는 2.743초. F1 데뷔전에서 포인트 피니시를 기록한 베어맨은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Driver of the Day)에 선정될 정도로 집중조명을 받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좋은 레이스였다”고 밝힌 올리버 베어맨.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베어맨은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그에 대한 F1 전반의 평가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예상보다 빨리 F1 풀타임 시트를 차지할 수 있겠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기현 기자 l 사진 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