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려한 것은 아니었다. 3월 개막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조금 아쉽다는 상념이 봄바람처럼 스쳤을 뿐이었다. 4월 중반을 훌쩍 넘기고서야 시작된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이며, 어린이날 개막전을 새로운 모토로 내건듯 한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대한 애증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날……, 국내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한 ‘유쾌한 수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게 다가왔다. 레이싱 경력이 오래된 드라이버들, 그 가운데 현역 레이싱팀 감독을 겸하는 이들이라면 ‘유쾌한 수다에 플러스 알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남은 일은 부리나케 전화기를 돌리는 것 뿐. 급작스럽게 만든 인터뷰에는 이문성(바보몰, 채널A동아일보), 김의수(CJ 레이싱팀), 류시원(EXR 팀106), 조항우(아트라스BX) 감독이 시간을 내주었다. 쉐보레 레이싱 이재우 감독은 새로운 시즌에 투입할 경주차 준비에 몰두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4월 하순, EXR 팀106 서울사무실에서 마주한 네 감독이 참가하는 레이싱 카테고리는 공교롭게 모두 달랐다. 김의수·류시원 감독은 슈퍼레이스 슈퍼6000과 GT, 그리고 이문성·조항우 감독은 KSF 제네시스 쿠페 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경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 유쾌하게 시작된 이야기에 민감한 사안도 여럿 있었지만,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과의 인터뷰에는 오래 축적되어 농익은, 그래서 더욱 귀중하게 생각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RACE WEEK 국내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네 팀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래된 경력을 지닌 감독들의 카레이싱 데뷔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문성 처음부터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면서 우연히 레이싱팀을 접하게 되었고, 김천에서 열린 오프로드 경주에 출전한 뒤 한국오프로드챔피언십 원메이크 현대전을 거쳐 서킷 레이스로 옮겼다. 첫 경주차는 스쿠프였다.
김의수 이 자리에 참석한 감독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편이다. 1991년 울산 용마 팀에서 모터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레이스 데뷔전은 1993년 청포대 레이스였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투어링카 레이스에는 1997년(한국모터챔피언십 N1B)부터 출전했다.
류시원 TV 버라이어쇼 출연을 계기로 인터크루 레이싱팀에 발탁되었고, 1998년에 처음으로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국내 연예인 최초로 카레이싱 라이선스를 취득해 참가한 첫 경주는 한국모터챔피언십 투어링B 클래스였다.
조항우 돌이켜보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20대 초반, 자동차가 좋아 1997년 프랑스 윈필드 레이싱스쿨에 참여한 것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싱을 시작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캐나다(조항우 감독은 한 살 때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했다)에서 후원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F3 코리아 슈퍼프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모국에서의 카레이싱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얹었다. 편도 티켓만 구입할 정도로 절실한 심정으로 찾아온 모국에서 2000년부터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데뷔 무대는 한국모터챔피언십 F1800으로, 당시 김정수 감독이 운영하는 SBS뉴스텍 소속으로 출전했다.
RACE WEEK 오래된 레이싱 경력만큼 기억에 남는 레이스도 많을 것 같다.
류시원 물론 그렇다. 여럿 가운데 2006년 오일기 선수와 함께 CJ 코리아 GT 챔피언십 투어링A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우연히 106점(류시원 감독의 생일은 10월 6일이다)으로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EXR 팀106 창단 두 번째 해에 챔피언을 배출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문성 2004년 BAT GT 챔피언십 투어링A 5, 6전이다. 레이스 데뷔 후 처음으로 연승을 거두었다.
김의수 호랑이 컬러로 꾸민 경주차를 타고 출전한 2000년 레이스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최하위로 출발해 연료가 떨어져 2위를 기록했었다.
조항우 2007~2008년이다. 2007년에는 GT 챔피언, 다음 해에는 본격적으로 출범한 슈퍼6000에서 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아트라스BX에서의 첫 우승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RACE WEEK 류시원, 김의수 감독이 슈퍼레이스에 출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류시원 원메이크 레이스도 의미가 있지만, 각 프로팀의 진정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현재의 GT 레이스가 국내 모터스포츠 전반의 발전에 맞는다는 생각이다.
김의수 류시원 감독의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나라 프로 자동차경주가 발전하라면 원메이크 레이스로는 기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을 유도해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
RACE WEEK 이문성, 조항우 감독이 KSF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문성 지난해까지는 양 대회에 모두 참가했다. 올해는 KSF 후원사인 채널A동아일보 감독직을 병행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조항우 후원사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양 대회 모두 장단점이 있다. 올 시즌에는 KSF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우승에 도전하겠다.
RACE WEEK 현재 참가하고 있는 이벤트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나?
이문성 현실적으로는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모터스포츠 및 튜닝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터스포츠 역사를 가진 기업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에서 튜닝문화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의수 CJ의 후원을 받는 팀으로서 부담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팀 출범 초기에는 후원사와의 관계가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이면에는 KARA 변동식 협회장의 지원이 자리해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충분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2~3년 이내에 다른 후원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류시원 물론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EXR에서도 팀106과의 꾸준한 관계를 반기는 분위기다. 레이스 스폰서로서 팀106과 함께 한 4년 중 3년 동안 챔피언을 배출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좋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조항우 아직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아트라스BX의 출발은 매우 좋았다. 시즌 챔피언에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에는 내부적으로 많은 개선을 이루었다. 그러나 탄탄한 팀워크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ACE WEEK 내년부터 다른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나?
이문성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팀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관중이 있는 곳, 더불어 재미있는 자동차경주를 펼칠 수 있는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류시원 얼마 전까지 KSF와 슈퍼레이스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행보를 장담할 수는 없다. 올해부터 가능성을 열어 놓고 KSF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올 시즌에는 GT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늘 대비하고 있다. 2013 KSF 개막전에 다녀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의수 국내 투어링카 레이스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슈퍼레이스에 계속 출전할 방침이다.
조항우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단, 두 대회에 모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RACE WEEK 팀 감독 입장에서 프로모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문성 프로모터가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로모터에 바라는 점은 단순하다. 재미있는 이벤트, 보다 많은 관중이 찾아올 수 있는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부탁한다. 아울러 프로모터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류시원 기본적이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차 규정이나 시리즈 캘린더는 최대한 빠르게 공지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스폰서십 문제도 보다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물론 프로모터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최근의 흐름은 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정도다. 또한 한 번 정한 규정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프로모터의 편의와 이득을 위해 규정이 쉽게 변동되면 뒤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지키지 못하는 프로모터는 오래가기 어렵다. 규정에 대한 무게감이 필요하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투어 레이스에 대해서는 긍적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슈퍼레이스 상위 클래스에 출전하는 드라이버들의 역량 문제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김의수 규정 및 캘린더와 관련해 류시원 감독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항우 스폰서십에 유리한 이벤트가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하다. 각 팀들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프로모터의 기본적인 역할 아닌가? 지금보다 접근성이 좋은, 상품성이 뛰어난 레이스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일선에 프로모터가 있는 것이다.
RACE WEEK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 속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문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드라이버들의 테크닉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레이싱팀이나 프로모터들의 구조적인 개선은 다소 더딘 편인 듯하다.
류시원 2000년대 중반까지는 빠르게 보이지 않았고, 2007~8년부터 변화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인프라와 후원사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터스포츠 관계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전반적인 환경에 비해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듯하다.
김의수 어느 나라든 30년 정도가 지나야 모터스포츠 문화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레이스 경험이 풍부한 인적 인프라도 부족했고, 서킷과 같은 외적 자원도 약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도약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3~5년 정도 지나면 외부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항우 미캐닉, 드라이버, 팀 운영자들은 다소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었다. 국내 모터스포츠에 몸 담은 14년을 돌아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 국내 모터스포츠가 더욱 진화하려면 뚜렷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해법을 당장 찾기란 쉽지 않다. 매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RACE WEEK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이문성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을 대전제로 한 선순환의 고리, 즉 관련기업의 투자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터스포츠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국내에는 많지 않다.
류시원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후원 기업들이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우리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팀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무관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은 해외 자동차경주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국내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항우 복합적인 문제로 보고 싶다. 후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김의수 아직 열악한 환경에 투자할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들이 후원할 만한 환경을 만드는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RACE WEEK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하나를 꼽자면?
김의수 지금보다 더 많은 자동차경주가 열려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일년에 몇 차례 밖에 열리지 않는 현실에서는 지속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도권 관중들에게 접근성이 뛰어난 에버랜드 스피드에이 서킷이 하루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이문성 김의수 감독과 같은 생각이다.
류시원 서울 근교에 많은 서킷이 생기는 것은 당연히 반길 일이다. 서킷이 많을수록 모터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다. 야구장이 3개 뿐이었다면 우리나라 야구가 지금처럼 발전했겠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킷도 매우 필요하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분위기라면 현저하게 많은 관중을 서킷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결국 모터스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부재와 상통하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관련 기업은 왜 제대로 된 서킷 건립을 외면하고 있나? 앞서 밝혔듯이, 해외 레이스에는 국내와 비교되지 않는 금액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는 기본적으로 자동차관련 기업이 취해야할 자세와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한국타이어가 DTM에 투자해서 그에 따른 수익을 내는 것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조항우 매스 미디어의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ACE WEEK 현실적으로 당장 이뤄지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국내 모터스포츠 인프라를 고려할 때 단일 레이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김의수 KSF를 후원하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KSF가 발족한 이후 팀들의 고민도 커졌다. 결코 크지 않은 국내 모터스포츠가 양분되지 않았나? 국내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는 현대자동차의 기본 취지가 모터스포츠 발전이라면 기존 프로모터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 반대로 더 많은 자동차경주가 생기면 좋을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은 혼돈스럽다. 단일 이벤트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류시원 지금은 투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내 모터스포츠에 투자한다기 보다 마케팅 툴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더 크게 보인다. 브랜드 홍보 측면이라면 새로운 모터스포츠 시리즈를 만들지 않고도 얼마든지 현대만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단일 레이스 도입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는 과거에 했던대로 아마추어 레이스 활성화에 더 주력했어야 한다. 여느 카메이커와의 경쟁을 통해더 진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문성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조항우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시 뭉치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안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나스카, 인디카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카테고리가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으로는 두 프로모터가 경쟁하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RACE WEEK 김의수 감독은 슈퍼다이큐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이 있었나?
김의수 에이전시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여러 사안을 놓고 고민하던 때에 CJ 측에서 레이싱팀 창단과 관련된 제안을 받았다. 장기적인 비전 제시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2전에 참여한 뒤 일본에서의 활동을 접고 귀국했다. 그 뒤로 CJ 레이싱팀이 태어나기까지도 여러 고초가 따랐다.
RACE WEEK 류시원 감독은 단일 스폰서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사안이 손해가 되지 않을까?
류시원 국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만큼은 현대자동차보다 EXR코리아의 기여도가 더 크다고 확신한다. 모터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EXR 이미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그런 단점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이미지 고착화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RACE WEEK 아트라스BX는 스폰서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 성적에 대한 스폰서들의 반응은? 좋은 성적에 비해 팬들과의 소통이 원활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항우 사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이미지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경쟁 팀들보다 적은 예산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RACE WEEK 바보몰은 자동차 용품, 튜닝 업체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문성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툴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의 한 사업분야로서 레이싱 부품 개발과 관련된 연구분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RACE WEEK 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이문성 1인 2역이라 쉽지 않다. 팀 운영과 관련된 스트레스도 결코 적지 않다.
김의수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움직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레이스 외적으로도 신경써야 할 일이 많은 편이다.
류시원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예산 문제가 늘 어렵다. 다른 팀들보다는 비교적 덜한 편이기는 해도 예산 문제에서 자유로운 팀은 드물 것이다.
조항우 효율적인 예산 활용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레이싱팀이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을 새삼 느끼고 있다.
RACE WEEK 그 반대로 보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문성 레이스에서 느끼는 희열은 상상 이상이다.
류시원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뒤에 우리 팀을 거쳐 성장한 드라이버들이 많다면 보람 있지 않겠나? 덧붙여 슈퍼루키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른 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EXR팀 106이 결코 여유가 많아서 추진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좋은 취지에 참여하는데 의미를 둔다면 여느 팀들도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김의수 모터스포츠 일원으로서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기쁘게 생각한다. 책임은 더 많아졌지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보람이 크다.
조항우 2012년 중순부터 팀의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있다.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팀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하면 희망이 보인다. 기쁜 일이다.
RACE WEEK 일각에서는 감독 겸 드라이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의수 적어도 한 팀의 감독직을 소화하려면 레이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현재 크게 부족한 인적 인프라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감독 겸 드라이버들이 현재 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인적 인프라 쌓일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로 보고 있다.
류시원 겸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모터스포츠가 대중화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3년 연속 챔피언을 배출했으니, 올해부터는 개인적인 성적 향상에도 주력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문성 무엇이 문제인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다.
조항우 레이싱 파이가 작은 국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러나 현재 그 적임자는 드라이버 또는 미캐닉 출신밖에 없다. 향후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RACE WEEK 올해 팀 감독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다.
이문성 당연히 우승이다.
김의수 물론 슈퍼6000에서 3연패를 거두고 싶다.
류시원 팀원이 챔피언이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챔피언을 꿈꾸지 않겠나? 적어도 시리즈 종합 3위권에는 들고 싶다.
조항우 작년에는 인디고와 우리만 우승했다. 지난해 거둔 3승보다 많은 우승이 목표다. 또한 종합 2위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
RACE WEEK 각 팀의 장기적인 비전도 궁금하다.
이문성 모터스포츠와 자동차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류시원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팀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레이싱 아카데미, 또한 프로모터에도 도전하려 한다. 좋은 프로모터의 표본을 제시하고 싶다.
김의수 감독 입장에서 CJ라는 그룹의 모터스포츠 투자가 아깝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모터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꼭 필요한 팀을 만들고 싶다.
조항우 욕심은 많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팀을 구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트라스BX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RACE WEEK 올해 출전 종목에서 라이벌은 누구인가?
이문성 개막전에서 드러났듯이 윤광수를 꼽겠다.
김의수 사실 빠른 드라이버 모두가 라이벌이다. 황진우, 아오키 다카유키가 유력한 라이벌이다.
류시원 이재우, 정연일, 장순호 등 모든 드라이버들이 라이벌이다.
조항우 같은 팀 김중군을 비롯해 모두가 라이벌이다.
RACE WEEK 현재 소속팀과 상관없이 2명을 스카우트한다면? 물론 그럴리도 없겠지만 감독들은 예외로 하자. 이유는 묻지 않겠다.
이문성 최명길과 정연일.
류시원 정연일과 김중군.
김의수 최명길과 정연일.
조항우 정의철과 최명길.
RACE WEEK 후배 드라이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김의수 레이스에서의 좋은 성적은 기본이다. 자기개발에 열심이길 바란다.
류시원 레이스를 즐겨라.
이문성 겸손해야 한다. 내실을 키우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조항우 쉽지 않은 일은 선택한 사람들이다. 어려운 분야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작은 것에 만족하지 말고 큰 비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RACE WEEK 마지막으로 드라이버 커리어를 끝내기 전에 ‘이것만은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면?
이문성 해외 투어링카를 생각하고 있다.
김의수 랠리에 꼭 나가기를 희망한다. 내가 만든 팀으로 해외 레이스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류시원 혼자만의 힘으로 시리즈 챔피언의 꿈을 이루고 싶다.
조항우 여전히 해외 레이스에 나가고 싶다. 그러나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어렵지 않겠나? 팀 입장에서는 스폰서 모두 글로벌 회사들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 이 기사는 모터스포츠 전문지 <레이스위크> 5월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 l 사진 이은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