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훌쩍 넘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소 비정상적인 단편을 찾을 수 있다. 2013년 2월 현재, 26년 역사의 궤적을 밟아온 국내 자동차경주 무대에서 20대 젊은 드라이버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우선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경주에 출전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에 부딪친다. 스폰서십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젊은 선수들이 뛰어들 수 있는 레이싱 카테고리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체계적인 드라이버 성장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터스포츠 참여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비롯해 영 드라이버 육성에 필수적인 카트와 엔트리 포뮬러 레이스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자동차경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유망주를 양성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한 선순환 고리가 정립되지 않은 마당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프로 드라이버들의 노령화에 반해 실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의 유입이 적은 현실의 벽은 그래서 지난한 걸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진 이 흐름에 변화의 바람이 스며들고 있어 반갑다. 지난해부터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가 유소년 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하향곡선을 그리던 코리아카트챔피언십도 변화와 발전의 길로 접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경주를 운영하는 프로모터와 기존 프로 레이싱팀에서 영 드라이버 육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EXR 팀106이 운영하는 슈퍼루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프로그램. 하지만, 국내 모터스포츠계를 리드하는 각계의 노력이 당장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도 자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젊은 드라이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찍부터 레이싱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김동은, 김진수, 서주원, 정의철……, 그리고 조금 늦은 나이에 카트에 뛰어든 김택준과 김중군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동차경주를 삶의 중심에 놓고 있다는 것. 모터스포츠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는 점도 공통분모로 꼽을 수 있다. 모터스포츠 전문지 <레이스위크> 3월 창간호를 맞아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여섯 가운데 일찌감치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아트라스 BX 레이싱팀에서 활약하는 김중군이 맏형. 올해 중앙대 유럽문화 학부에 입학하는 서주원이 가장 어리다.
바람 차가운 2월 중순,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함께한 이들과의 만남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택준, 김진수, 서주원은 카트 트랙에서, 그리고 김중군, 정의철, 김동은은 레이싱 서킷에서 늘 경쟁하며 마주하는 이들이기에 인터뷰 분위기는 진중하면서도 밝게 흘러갔다.
RACE WEEK <레이스위크> 창간호 첫 인터뷰는 모터스포츠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간 선수들과 함께 한다(이 자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문성학과 김도윤, 조희망도 모터스포츠 특기생으로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이미 졸업해 현역 드라이버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이제 막 대학 문턱에 선 선수들도 있다. 제일 먼저 특기생으로 대학 문을 두드린 김중군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김중군 벌써 10년 전 일이다. 특별전형을 통해 3명이 한라대학교 기계공학부 자동차학과에 들어갔다. 당시 기준은 내신 50%, KARA 공인경기인 카트 레이스 경력 50%.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모터스포츠 특기생에게 적지 않은 배려를 해주었다. 예를 들면 카트 레이스 연습 일정을 수업일수에 포함시켜주었다. 공인 대회에 나가 3위 이내에 입상일 경우 장학금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입학금 외에 별다른 돈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정의철 2005년에 인하대학교 기계공학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명확하게 구분하자면 100% 모터스포츠 특기생은 아니었다. 당시 학교에서 추진하는 21세기 글로벌 리더 3명을 뽑는 자리에 모터스포츠 특기를 인정받아 운 좋게 합격했다. 장학금은 1년에 1회 정도 받았다.
김동은 2012년, 국민대 자동차공학과에 모터스포츠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KARA 공인 카트 대회에서의 성적은 물론 KSF 아반떼 챌린지, 슈퍼레이스에서의 성적이 큰 힘이 되었다.
서주원, 김진수, 김택준은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 김택준과 김진수는 김동은과 같은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이들은 KARA 공인 카트 레이스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대학 입학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주원은 엄밀히 말해 모터스포츠 특기생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민대학교에 모터스포츠 특기생으로 먼저 합격한 것은 맞지만,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수시에 합격해 둘 중 중앙대를 선택했다.
RACE WEEK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카트로 레이싱의 기본을 닦은 선수들의 일상을 궁금해 한다. 왜 카트를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나?
김중군 당시에는 탈 수 있었던 것이 카트밖에 없었다. 우선 면허증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카트밖에 탈 수 없는 환경이었다. 19세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정식 레이스에 데뷔했다. 돌이켜보면 막연하게 레이스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
정의철 김중군 선수와 같다. 어릴 때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아버지가 카트 기사를 보고 발보린 카트클럽에 데려 간 뒤 이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 수준으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프로 자동차경주에 와 있다.
같은 질문이 김동은에 이어지자 선수들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오랜 시간 프로 드라이버로 활약한 아버지(인제오토피아 김정수 감독)의 영향 탓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이라는 얘기다. 레이싱 커리어로 치면 오늘 참가가 중에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닌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은 워낙 어린 나이여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머니 등에 업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카트장에 처음 갔다고 들었다. 당시 트랙에 있던 미니 바이크와 30cc 카트 중에서 하나를 타보라는 아버지의 주문에 카트를 고른 것이 현재의 나를 이끈 시초였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카트를 계속 탔다.
서주원 아이스하키를 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카트를 접했다. 좋아하는 포뮬러 레이싱의 대안으로, 경기도 화성 카트빌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김진수 원래 자동차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와 김동은 선수 아버지가 가깝게 지낸 것이 카트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김동은 선수가 먼저 탄 30cc 카트를 타보았더니 의외로 재미가 느껴졌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가볍게 재미를 붙인 취미가 내 미래를 온통 흔들어놓았다. 아버지의 영향이 아무래도 컸던 것 같다.
김택준 초등학교 2~3학년 때로 기억한다.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 위치한 카트랜드에서 카트를 타다가 재미가 들었다. 이후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싱 카트를 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일 중에 제일 신나고 재미있었다. 부모님을 설득한 18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카트에 앉았다. 오늘 함께한 선수들보다는 늦은 편이다.
RACE WEEK 어린 시절부터 카트를 타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김진수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서주원 차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택준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 해외 경기에 출전하려 면 1천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정의철 경제적인 어려움은 덜한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김동은 20세 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프로 레이스로 올라가니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생겼다. 행동,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RACE WEEK 여느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보람도 있었을 것 같다.
김진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것 같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서주원 특별한 시선이 느껴질 때가 없지 않아 있다. 몇몇 사람들에 게 카레이서는 선망의 대상인 듯하다. 스스로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
김택준 친구들에게 카레이서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이는 동기들에게 스스로의 꿈을 키워가는 친구로 이해되고 있다. 자부심이 생긴다.
김동은 오래 전, 카트를 탈 때는 우승만 했었다. 그러나 해외 시리즈에서는 중하위권으로 떨어져 적지 않게 실망하기도 했다. 1~2년 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도 쉽지 않았다. 한때는 이 문제로 아버지와의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열심히 목표를 실현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자체로도 뿌듯하다.
정의철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거 하니까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보람있겠다는 말이 듣기 좋다.
김중군 중학교 때까지는 야구선수가 꿈이었다. 집안의 반대로 야구를 접었지만, 지금도 가끔 취미삼아 야구장에 나간다. 프로 드라이버가 직업이다 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만족스럽다.
RACE WEEK 김중군, 정의철, 김동은 선수는 일찍이 모터스포츠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들어갔다. 당시 주변 반응은?
김중군 당시에는 그런 것 자체를 주변에서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문화 수준이 그 정도였고, 미디어 환경도 좋지 않았다. 카레이서라는 분야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때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다. 학교에 들어간 3월에만 10개 이상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이 질문에 정의철과 김동은도 비슷한 대답을 해주었다).
RACE WEEK 여섯 중 세 명은 프로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결혼한 김중군은 카레이서라는 직업이 경제적으로 괜찮은 수준인가?
김중군 프로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현재 팀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는 편인 것 같다(김중군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은 아버지 팀에서 활동하므로 다른 친구들보다 어려움은 덜한 편이다. 농담 삼아 아버지와 계약하자고 했더니 ‘가족끼리 무슨 계약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웃음). 용돈 받아쓰는 편이 지금은 더 편하다.
정의철 올해부터 좋아질 것 같다(인터뷰를 하기 전에 정의철은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레이싱팀과 계약을 맺었다).
RACE WEEK 정의철과 김동은은 슈퍼 포뮬러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왔다. 경험담을 풀어놓자면?
정의철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지만 F3를 실제로 타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적인 레이스 카테고리를 접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좋은 기회를 만나 기쁘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소중한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가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되면 좋겠지만 나보다 빠르고 어린 드라이버에게 기회가 가야한다고 말했다. 황진우 선수와도 같은 얘기를 나누었다.
김동은 솔직히 어렸을 때는 에프원 드라이버가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F3까지 올라가기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F3 경주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무엇보다 기뻤다. 갑자기 좋은 기회가 와서 얼떨떨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F1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힘들다. 포뮬러 드라이버의 꿈을 접은 상황에서 상위 포뮬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스스로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F4급과는 차원이 다르다(인터뷰를 마친 뒤 김동은이 슈퍼 포뮬러 한국 대회 국내 대표 선수로 발탁되었다).
RACE WEEK 예전 카트 탈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김중군 질적으로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그러나 인프라는 예전과 다르다. 섀시와 엔진이 다양해지고 기술력 성장은 눈에 보이지만 참가 선수들이나 규모는 예전이 더 나았다. 심지어 상금도 이전 카트 레이스 때가 더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드라이버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의철, 김동은 선수 아래로 한동안 우수한 인재들이 보이지 않았다. 카트 레이스가 약해져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RACE WEEK 서주원, 김택준, 김진수는 카트 현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드라이버다. 서로의 장점을 꼽자면? 또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김진수 김택준 선수의 열정은 정말 놀랍다. 모르는 부분에 대한 탐구력은 본받고 싶을 정도다. 서주원 선수는 흡수력이 뛰어나다. 드라이빙과 관련해서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서주원 김택준 선수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김진수 선수는 가장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능력이 장점이다. 그 부문에서는 국내 카트계 최고 수준이다. 폴포지션에 서면 뒤집기가 어렵다.
김택준 서주원 선수는 감정조절을 잘하는 편이다. 레이스에 집중하는 능력 또한 대단하다. 실전에 강한 모습이 좋아 보인다. 김진수 선수는 어릴 때부터 카트를 탄 덕분에 기본기가 뛰어나다. 실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RACE WEEK 김중군과 정의철은 오랫동안 프로 자동차경주에서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이다. 서로에 대한 장점을 들자면?
김중군 정의철 선수는 본능적으로 차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다.
정의철 곰같이 얘기하지만 레이스에서는 여우같이 잘 탄다. 뒤에서 따라가다 보면 잘 탄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RACE WEEK 서주원과 김진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해외에서 엔트리 포뮬러카 경험이 있다. 어떤 클래스였나? 계속 이어가지 못한 이유도 궁금하다.
서주원 말레이시아에서 포뮬러 BMW 경주차를 타봤다. 초기 테스트 기록은 좋은 편이었는데, 4일 정도 지나면서 한계가 느껴졌다. 어깨 수술 때문에 레이스를 계속하기 어려워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김진수 몇년 전에 석 달 정도 포뮬러 BMW 테스트를 했다. 결과적으로 자금 문제에 부딪혀 지속하지 못해 아쉽다.
RACE WEEK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어떤 대학 생활을 꿈꾸나?
김택준 일단 학업에 충실하고 싶다. 동아리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주말에는 늘 하던대로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다.
김진수 문과에서 이과로 바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성적이 염려된다. 우선 평일에는 학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서주원 같은 생각이다. 1학년 때는 우선 학업에 집중하겠다.
RACE WEEK 프로 선수들은 비시즌에 어떻게 지내나?
정의철 부모님 사업을 돕는다.
김중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스트럭터 일에 집중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다.
김동은 학교 들어가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가능하면 공부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RACE WEEK 우리나라에서 드라이버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김중군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특별한 멋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정의철 쉽지 않은 분야다.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김동은 특별한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해서인지 다른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RACE WEEK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중군 당연한 얘기지만 조금 더 오랫동안 카레이서의 길을 걸어가겠다. 이후로는 인스트럭터와 관련된 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일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선 것은 아니다.
정의철 같은 생각이다. 누구보다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드라이버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 남은 대학생활도 기쁘게 마무리하고 싶다.
김동은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지금 구상해 둔 일은 없지만, 우선 드라이버로서 최선을 다한 뒤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김택준 레이서로서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 구체적으로 정립된 내용은 아니지만, 레이싱스쿨 같은 일이 마음에 다가온다.
김진수 나이가 많이 든 뒤에도 카레이서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물론 당장은 자동차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레이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모터스포츠 관련 연구원이나 엔지니어 쪽으로 관심을 가져볼 작정이다.
서주원 일차적인 목표는 언제나 카레이서이다. 인스트럭터에도 관심이 많고, 부모님 사업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인터뷰 말미. 6명 중 나이가 많은 김중군과 정의철에게 드라이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김중군 당장의 꿈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시작하면 또 다른 여러 갈래 길이 보인다. 관심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야 한다. 첫 관문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길을 알 수 없지 않겠나?
정의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진득하게 걸어가기 바란다. 카트에서 빠르다고 상위 클래스에서 똑같이 빠를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자신감은 물론 좋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또한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겸손하게 임해야 한다.
RACE WEEK 올해 계획은?
김진수 EXR 팀106 슈퍼루키 프로그램에 지원해 1차 합격했다.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트 팀도 도와야 한다(인터뷰를 진행한 뒤 김진수는 2차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서주원 포뮬러와 투어링카 연습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카트 레이스에도 한두 번 출전할 생각이다.
김택준 올해도 카트를 타야 한다. 가능하면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 일단은 일본 카트 레이스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론적인 공부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김동은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클래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한다.
정의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각오로 활동하겠다. KSF 제네시스 쿠페 시리즈에서 지난해보다 향상된 성적을 내고 싶다.
김중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KSF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2012 시즌보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RACE WEEK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중군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환경이 점진적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시스템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프로 레이싱팀과 드라이버들의 단합된 모습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갈래로 나뉜 현재의 규모로는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뿐이다. 하나의 프로 리그에서 국내 대표 선수들이 경쟁했으면 좋겠다.
정의철 국내 프로 팀은 적은 편이다. 드라이버들이 희망을 갖고 차를 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은 프로 레이스는 겉으로 보기보다 삭막하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조언이 아닌 상대방 비하는 좋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 모터스포츠계 종사자들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놓고 고민할 수 있는 문화가 정립되기를 고대한다.
김택준 한국자동차경주협회 차원에서 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추진해주면 좋겠다.
김진수 모터스포츠 인프라가 점차 확대될 수 있는 드라이버 양성 프로그램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서주원 선배 드라이버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후배들도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겠다.
현재 레이스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중군, 정의철, 김동은 그리고 차세대 우리나라 모터스포츠를 이끌어갈 영 드라이버들과의 인터뷰는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이들의 바람대로 일련의 움직임을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묶어내려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경주 무대를 튼튼하게 지켜갈 영 드라이버 육성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모든 일들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 늦기 전에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스토브리그 분위기는 일단 원만하게 흘러가고 있다.
※ 이 기사는 모터스포츠 전문지 <레이스위크> 3월 창간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이은종(스튜디오 ejvi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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