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우승컵은 레드불이 차지했다. 포디엄 정상에 올라간 드라이버는 맥스 페르스타펜이 아닌 세르지오 페레즈. 1위 체커기를 향해 돌진하던 페르스타펜이 46랩째 트랙을 떠나자, 그의 팀 동료 페레즈가 개인통산 2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애스턴마틴 세바스찬 베텔 2위 포디엄
6월 6일 바쿠 스트리트 서킷 51랩을 달리는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는 재미와 반전을 쏟아낸 일전이었다. 오프닝랩부터 피니시 체커기가 발령될 때까지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연이어 전개되어서였다.
1, 2그리드 배열은 샤를 르클레르, 루이스 해밀턴, 페르스타펜, 피에르 개슬리. 두 경주 연속 페라리 르클레르가 폴포지션을 잡았지만, 타이틀 후보 두 명을 뒤에 둔 그의 방호벽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드 3열에 버티고 선 카를로스 사인츠와 세르지오 페레즈의 공략도 주요 관전 포인트. 루키 츠노다 유키와 베테랑 페르난도 알론소의 대결 역시 흥미로운 가운데 Q1 적기 규정 위반으로 3그리드 강등 페널티를 적용받은 랜도 노리스와 메르세데스 발테리 보타스가 그리드 5열 열자리를 채웠다.
스트리트 서킷에 배정된 피렐리타이어는 하드 C3, 미디엄 C4, 소프트 C5. 모나코 그랑프리와 같은 타입이지만, 각 팀 피트스톱 전략은 다르게 예상되었다. 바쿠 트랙 특성을 고려한 소프트-하드타이어 원스톱 작전이다.
1랩 6.003km 51랩 결승 오프닝랩. 제자리를 유지한 톱3 뒤에 페레즈가 점프한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이들의 균형은 빠르게 흔들렸다. 3랩으로 접어들자마자 모나코 이전까지 승승장구한 해밀턴이 르클레르를 낚아챘고, 7랩째 메인 스트레이트를 지나면서 페르스타펜이 2위로 도약한 것이다. 곧이어 3위 자리도 르클레르에서 페레즈로 바뀌었다.
재편성된 선두그룹은 해밀턴, 페르스타펜, 페레즈와 르클레르. 9랩을 마친 르클레르가 제일 먼저 하드타이어로 교체했고, 해밀턴(11랩), 페르스타펜(12랩), 페레즈(13랩)가 한 차례 피트스톱을 마무리 지었다.
더딘 피트스톱을 마치고 나온 해밀턴과 페레즈 앞자리는 페르스타펜이 차지했다. 그 사이 랩 리더는 애스턴마틴의 세바스찬 베텔. 잠시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를 이끈 베텔은 피트스톱을 마친 19랩째 르클레르 다음 7위로 돌아갔다.
반환점을 돌아선 레이스는 31랩째 랜스 스트롤이 일으킨 사고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이어 36랩, 페르스타펜이 속개된 그랑프리의 리더를 굳건하게 지킨 사이 베텔이 르클레르를 제치고 추월의 불씨를 당겼다. 그의 다음 제물은 피에르 개슬리. 손쉽게 개슬리를 넘어선 베텔 앞에는 이제 페르스타펜, 페레즈, 해밀턴이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까지 유력한 포디엄 후보는 베텔 앞 세 선수. 그러나 역전 우승을 향해 전력질주한 페르스타펜은 46랩 끝머리에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에 휘말렸다. 메인 스트레이스트에서 왼쪽 뒷 타이어가 터진 뒤 리타이어하는 비운을 맞이한 것이다.
이 사고로 레이스는 35분 동안 적기중단. 안전을 위해 모든 드라이버들이 타이어를 교체한 다음 포매이션랩 이후 다시 스탠딩 스타트로 남아 있는 2랩을 치렀다.
팽팽한 전운이 감도는 바쿠 서킷에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페레즈와 해밀턴의 경쟁이 화끈하게 불을 뿜었다. 턴1을 선점하기 위한 두 선수의 대결은 페레즈의 우위. 턴1 진입 전에 브레이크가 잠긴해밀턴이 런오프 구역으로 들어가면서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마지막 빅매치가 막을 내렸다.
이후 남아 있는 2랩을 기운차게 질주한 페레즈가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적 팀 레드불에서 첫 승, F1 통산 2승을 신고한 것이다. 2위는 세바스찬 베텔. 올 시즌 전반에 포디엄 등정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애스턴마틴은 바쿠 시가지에서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포디엄에 남은 한 자리는 피에르 개슬리에게 돌아갔다. 르클레르의 공략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개슬리는 지난해 이탈리아 그랑프리 우승 이후 처음으로 포디엄을 밟았다.
폴시터 르클레르는 4위. 맥라렌 듀오 랜도 노리스와 다니엘 리카르도는 각각 5, 9위에 랭크되었고. 알피느 알론소는 예선 순위보다 두 계단 오른 6위에 들었다. 이어 츠노다 유키와 카를로스 사인츠, 키미 라이코넨이 포인트 피니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6라운드를 마친 2021 F1 드라이버즈 부문에서는 맥스 페르스타펜(105점)과 루이스 해밀턴(101점)이 이전과 같이 1, 2위를 지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위너 세르지오 페레즈(69점)는 랜도 노리스(66점)에 앞선 3위. 르클레르, 발테리 보타스, 사인츠 주니어, 개슬리, 베텔, 리카르도가 그 뒤를 따라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컨스트럭터 1, 2위 레드불(174점)과 메르세데스(148점)의 점수 차이는 조금 더 벌어졌다. 2점차 3, 4위는 페라리(94점)와 맥라렌(92점). 알파타우리 뒤에는 베텔을 2위에 올린 애스턴마틴이 포진해 있다.
맥스 페르스타펜과 루이스 해밀턴, 그리고 메르세데스에게 재앙을 안긴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다음 레이스는 6월 20일 폴 리카르 서킷에서 개최된다.
2021 F1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결승 기록
순위 |
드라이버 |
컨스트럭터 |
기록 |
1 |
세르지오 페레즈 |
레드불-혼다 |
2:13:36.410 |
2 |
세바스찬 베텔 |
애스턴마틴-메르세데스 |
+1.385 |
3 |
피에르 개슬리 |
알파타우리-혼다 |
+2.762 |
4 |
샤를 르클레르 |
페라리 |
+3.828 |
5 |
랜도 노리스 |
맥라렌-메르세데스 |
+4.754 |
6 |
페르난도 알론소 |
알피느-르노 |
+6.382 |
7 |
츠노다 유키 |
알파타우리-혼다 |
+6.624 |
8 |
카를로스 사인츠 Jr. |
페라리 |
+7.709 |
9 |
다니엘 리카르도 |
맥라렌-메르세데스 |
+8.874 |
10 |
키미 라이코넨 |
알파로메오-페라리 |
+9.576 |
※ 아제르바이잔 바쿠 스트리트 서킷 1랩=6.003km, 51랩
※ 기록은 시간:분:초.1/1000초. 2위 이하 기록은 1위와의 시간차
※ F/L : 맥스 페르스타펜=1분 44.481초
박기현 기자 allen@trackside.co.kr ㅣ 사진 RedBul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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