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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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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쉘 WRT, WRC 데뷔 후 첫 우승


현대 쉘 월드 랠리팀(현대 쉘 WRT)이 2014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독일 랠리에서 사상 첫 우승을 기록했다. 2000~2003년까지 WRC 최고 클래스에 출전하다 잠정 철수한 현대가 11년 만에 복귀한 세계 정상 랠리 무대에서 처음으로 1위 트로피를 들게 된 것이다. 이전 F2 클래스를 제외하면 57전 만에 거둔 감격스러운 우승. 올해부터 현대 WRT에 합류한 티에리 누빌(코드라이버 니콜라스 질솔)은 WRC에서의 첫 승을 현대 WRT와 함께 했고, 팀메이트 다니 소르도(코드라이버 마르크 마르티)도 2위를 기록하며 현대 원투승을 만들어냈다.
현대자동차가 WRC에 처음 진출한 때는 1996년. 쿠페 에보1(Evo1, 티뷰론)으로 세계 랠리에 발을 들인 현대는 1998년 영국 밀턴킨스에 위치한 모터스포츠디벨롭먼트(MSD, Motorsports Development)와 손을 잡고 F2(2,000cc 이하, 두바퀴굴림) 클래스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F2 클래스 첫 우승은 1999년 WRC 4전 포르투갈 랠리에서 이루어졌다. 터보와 4WD가 허용되는 그룹A 하위 클래스인 F2에 앨리스터 맥레이와 케네스 에릭슨을 출전시킨 현대는 쿠페 키트카 에보2로 1, 2위 포디엄을 석권했다. 이후 아크로폴리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케네스 에릭슨), 중국 랠리(앨리스터 맥레이)에서 4승을 더한 현대는 1999년 F2 클래스 종합 2위로 도약하는 선전을 펼쳤다.
2000년부터는 WRC 최고 클래스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미쓰비시 랜서, 스바루 임프레자, 푸조 206, 포드 포커스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클래스에 현대차 선행연구소와 MSD가 공동 개발한 직렬 4기통, 2,000cc 터보와 4WD 시스템을 얹은 엑센트 월드 랠리카(베르나)를 투입한 것이다. 드라이버는 여전히 케네스 에릭슨과 앨리스터 맥레이. 그러나 스웨덴 랠리를 통해 데뷔한 현대의 성적은 초라해 매뉴팩처러 7위로 2000 시즌을 마쳤다.
이듬해 팀 성적은 종합 5위. 포르투갈 랠리부터 2세대 엑센트 월드 랠리카를 투입했지만, 케네스 에릭슨과 앨리스터 맥레이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아민 슈바르츠, 프레디 로이크스, 그리고 핀란드의 WRC 영웅 유하 칸쿠넨을 스페셜 드라이버로 내보낸 2002년에는 푸조, 포드, 스바루에 이어 매뉴팩처러 4위로 도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약체 슈코다와 1990년대 말 WRC를 주름잡던 미쓰비시를 밀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3세대 엑센트 월드 랠리카를 띄운 2003년에는 다시 종합 6위로 굴렀다. 로이크스와 칸쿠넨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팀 성적 또한 하위권으로 내몰린 때문이다.
2003년은 현대 월드 랠리팀에게 격변의 시기였다. 시리즈 14전이 모두 끝나기 전에 ‘WRC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 랠리팀은 9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3 시리즈 잔여 4경기 출전 이후 2년간 잠정 철수를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대 랠리팀이 시리즈 11전 이태리 산레모 랠리 참가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MSD 측은 팀 스태프 전체를 철수시키는 강수로 맞선 탓이다.
이후 6년을 함께한 현대와 MSD는 날선 공방이 오가는 법정싸움에 휘말렸다. 당시 현대차 해외 마케팅 및 프로모션 책임자는 “현대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검토를 요구한 회계자료를 MSD가 내놓지 않았다”면서 “MSD의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파악하기 전까지 자금지급을 유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맞서 MSD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현대가 자금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국외 한 자동차잡지는 현대 월드 랠리팀 기사를 내보내면서 ‘관료주의적인 기업문화가 MSD와의 랠리카 공동개발에 걸림돌이 되었다. 자금 집행 문제도 양사의 마찰을 부추긴 주요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법정에서 마무리된 현대와 MSD의 불화는 양측 모두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긴 채 끝을 맺었다. 현대는 시리즈가 종료되기 전에 철수한 WRC 사상 첫 매뉴팩처러가 되었고, MSD 또한 6년을 함께 한 현대에 지나친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WRC 정상 클래스에서 활동한 현대는 이후 계획된 일정대로 복귀하지 못했다. 2006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경주차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했지만, 현대의 야심찬 청사진은 WRC 무대로 옮겨질 수 없었다. 경쟁력을 갖춘 경주차는 물론 충분한 자금과 유기적인 팀 조직을 단기간에 갖추지 못한 탓이다.
WRC 무대를 떠나 있던 현대는 잠정 철수 이후 11년 만에 매뉴팩처러로 돌아왔다. 경험이 풍부한 미쉘 난단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새로운 운영조직을 꾸린 현대는 i20 경주차를 2014 시리즈 13전에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드라이버는 티에리 누빌, 다니 소르도, 유호 한니넨. 2013 드라이버즈 2위 티에리 누빌을 에이스로 내세운 현대는 타이틀 스폰서 쉘 로고를 i20 WRC에 붙이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현대의 WRC 복귀전에는 고난이 따랐다. 2014 시리즈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팀 주전 두 명이 모두 리타이어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스웨덴에서도 눈에 띄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현대 월드 랠리팀은 멕시코 3위로 복귀 후 첫 포디엄에 올랐고, 폴란드에서 다시 3위를 기록하며 더디지만 차분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맞이한 독일 랠리는 현대 쉘 월드 랠리팀에 새로운 이정표로 다가왔다. 폭스바겐과 시트로엥이 지배하고 있는 2014 WRC에서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2012년부터 WRC 최고 클래스에 뛰어든 티에리 누빌은 현대 i20 경주차를 타고 독일에서 개인통산 첫 우승을 기록했다. 현대의 WRC 첫 우승은 원투승으로 더욱 빛났다. 다니 소르도가 누빌에 이어 2위 기록을 작성한 덕분이다.
2014 시리즈 4전을 남겨둔 현재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은 매뉴팩처러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현대는 WRC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현대 쉘 W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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