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2023 르망 24시에 특별한 리버리를 적용한 963 경주차 3대를 출전시킨다. 올해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에 참가하는 포르쉐 963에는 역사 속 전설적인 포르쉐 레이싱카에 대한 경의를 담아 옐로, 레드, 다크 블루, 라이트 블루, 그린, 핑크, 오렌지 등 7개 컬러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용했다. 통합 19승, 110회 클래스 우승을 기록한 포르쉐는 100주년을 맞이한 르망 24시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오렌지 : 영화와 포디엄을 석권한 걸프 917
포르쉐 963 오렌지 스트라이프 패턴은 전설적인 포르쉐 917의 걸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1969년에 우승한 영국의 존 와이어 오토모티브 엔지니어링은 1970년 917 모델로 교체하고 광유회사를 스폰서로 영입했다.
그해 경주차 세 대가 모두 리타이어했으나 걸프 포르쉐를 향한 팬들의 관심은 지속되었다. 미국 헐리우드 스타 스티브 맥퀸이 영화 르망에서 주인공 마이클 딜레이니 역으로 블루와 오렌지 컬러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장면은 현재까지도 가장 훌륭한 모터레이싱 연출로 기억되고 있다.
1971년 10월 포르쉐와 페라리의 화려한 대결이 스크린을 장식하기 전, 걸프 포르쉐는 르망에서 포디엄에 올랐다. 영국 리차드 앳우드와 스위스 허버트 뮐러는 4.9리터,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917 KH로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약 50년 뒤 걸프 디자인은 세계내구레이스(WEC)에 출전한 포르쉐 911 RSR과 스파-프랑코샹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한 여러 대의 포르쉐 911 GT3 R 디자인에 적용되었다.
핑크 : 도전적인 전설적인 ‘핑크 피그’
1971년 포르쉐 917/20은 르망 팬과 드라이버를 즐겁게 했다. 포르쉐 디자이너 아나톨레 라핀은 핑크 컬러 바탕에 푸줏간의 돼지고기 조각을 스케치한 뒤 각 부위별 명칭에 따른 라벨을 붙였다. 애정이 담긴 별명도 생겼다. 빌리 카우젠과 라인홀트 조스트가 운전한 경주차는 독일어권에서는 자우(Sau), 영어권에서는 핑크 피그(Pink Pig)로 불렸다.
1971년, 917/20의 퍼포먼스는 아쉬움을 남겼다. 5위를 달리던 카우젠과 조스트가 르망 24시 종료 직전에 리타이어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리버리를 다시 도입한 2018년에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핑크 피그 디자인으로 장식된 포르쉐 911 RSR은 워크스 드라이버 케빈 에스터, 마이클 크리스텐센, 로렌스 반투르와 함께 2018년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 GTE 클래스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린 : 수석 디자이너에게 완전한 자유를 선사한 ‘히피’
1969년 4월 아나톨레 라핀은 포르쉐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라트비아 출신 라핀은 1년 만에 제라드 라루스와 빌리 카우젠이 운전한 롱테일 포르쉐 917을 통해 모터스포츠에서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약 1,500개의 스프레이 캔으로 히피 경주차에 적용한 그린, 퍼플 컬러의 물결 패턴은 사이키델릭 효과를 자아냈다.
일부 경영진은 디자인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레이싱팀 소유주 한스 디터 데첸트와 스폰서 마티니 앤 로시 관계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70년 한스 헤르만과 리차드 앳우드는 르망에서 포르쉐 최초로 종합 우승을 달성했으며, 라루스와 카우젠도 2위를 차지했다.
라이트 블루 : 마티니–포르쉐가 오랜 시간 유지한 기록은?
1970년 한스 디터 데첸트는 이탈리아 주류 브랜드 마티니와 함께 처음으로 르망에 팀을 출전시켰다. 포르쉐 잘츠부르크 우승에 이어 라루스와 카우젠의 히피 917이 2위, 린스와 마르코의 908이 3위를 기록하면서 포르쉐가 포디엄을 점령했다.
변화는 이듬해에 이뤄졌다. 헬무트 마르코와 헤이스 반 렌넵이 마티니 레이싱팀 포르쉐 917 KH로 우승했다. 두 드라이버는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5,335km 주행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39년이나 지속되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라이트 블루, 레드, 그리고 다크 블루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화이트 컬러 리버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당 리버리는 1976년 르망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재키 아이크스와 헤이스 반 렌넵의 포르쉐 936에도 반영되었다. 1년 뒤에는 위르겐 바르트, 헐리 헤이우드, 재키 아이크스가 마티니 컬러 포르쉐 936/77로 세 번째 우승을 거뒀다.
다크 블루 : 로스만 디자인의 포르쉐 956과 962가 한 시대에 미친 영향
다크 블루, 화이트에 레드와 골드로 포인트를 준 로스만 디자인은 포르쉐의 연이은 우승과 관련이 있다. 캐나다 담배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워크스팀의 첫 번째 출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1982년 르망 24시에 출전한 세 대의 포르쉐 956이 1, 2, 3위를 휩쓸었다. 4위와의 차이는 30랩이었다. 이듬해에는 1, 2위를 차지했다.
1986~1987년 956 리버리로 디자인된 포르쉐 962C는 르망 24시에서 첫 번째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약 30년 후 포르쉐는 르망에서 전설적인 디자인을 부활시켰다. 2018년 로스만 디자인을 담은 포르쉐 911 RSR은 GTE 클래스 예선 신기록을 세웠고, 핑크 피그 리버리가 적용된 911 RSR에 이어 결승 2위를 기록했다.
레드 : 포르쉐 잘츠부르크가 지휘한 두 번째 워크스팀
잘츠부르크에 등록된 경주차와 존 와이어의 신규 워크스팀 경주차 3대로 1970년 르망 레이스에 나선 포르쉐는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레드와 화이트 컬러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 6월 13일 토요일, 페리 포르쉐가 녹색기를 흔들며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여동생 루이제 피에히는 잘츠부르크 팀의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기존의 클래식한 스타트를 처음 폐지했던 당시 르망 레이스에서는 폭우로 인한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최종적으로 결승에 참여한 57대 중 7대만 완주했다. 선두에는 포르쉐 917KH 23번 경주차가 있었다. 리차드 앳우드와 한스 헤르만은 2위에 5랩을 리드하며 포르쉐의 첫 번째 르망 종합 우승을 합작했다.
옐로 : 포르쉐 펜스키 팀의 전성기
중앙에 위치한 레드 테두리의 옐로 스트라이프는 포르쉐와 펜스키 팀의 이전 승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0년대 초 포르쉐는 미국 펜스키 팀과 함께 캔암 시리즈에서 두 번의 타이틀을 잡았다.
메인 스폰서 DHL의 옐로와 레드가 적용된 포르쉐 RS 스파이더가 미국 르망 시리즈(ALMS)에서 보여준 성과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LMP2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4승을 거두었고, 이 중 2008년 세브링 12시간 레이스에서는 티모 베른하르트, 로맹 뒤마, 엠마누엘 콜라드가 LMP1 경주차를 꺾고 종합 1위에 랭크되었다. 르망에서는 RS 스파이더가 펜스키 팀의 부재에도 2008~2009 LMP2 클래스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raceweek l 사진 포르쉐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