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드라이버즈 챔피언은 시리즈 최종 8라운드, 마지막 19랩이 끝나고서야 얼굴을 드러냈다. 다이내믹하게 전개된 순위 경쟁의 장에서 불꽃투혼을 발휘한 정의철이 그 주인공. 한 차례 적기와 세이프티카를 불러들인 8라운드 결승에서 2위 체커기를 지나간 정의철은 역전 드라마의 마지막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2020 슈퍼레이스 슈퍼6000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6년에 이어 개인통산 두 번째로 슈퍼6000 정상에 우뚝 선 정의철. 4년 만에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메인 클래스를 석권한 그를 만나 열정을 다한 1년을 되돌아봤다.
“지난 1년 동안 숱한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더블 타이틀의 영광을 안았다. 금호타이어 외 여러 후원사, 그리고 팀 스태프의 두터운 지원과 신뢰 덕분이다”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을 건네자 옅은 미소와 함께 “더없이 기쁘다”는 답이 돌아왔다. 2016년에 처음으로 챔피언이 된 이후 두 번째. 이후 3년 동안 타이틀 후보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던 그였기에, 2020 챔피언 트로피의 무게는 또 다른 의미로 각인되었을 터였다.
“사실 4년 전보다 더 뜻 깊다”는 소감을 더한 정의철은 “어느 해보다 힘든 과정을 거친 끝에 거둔 성적이이서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시리즈 전반, 타이어 퍼포먼스가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금호타이어 연구소와 손잡고 진행한 타이어 테스트가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면서 결과적으로 더블 챔피언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뚜렷하게 희비쌍곡선을 그린 지난해 1년을 이렇게 회상한 정의철은 “소속팀 엑스타 레이싱과 금호타이어, 그리고 여러 후원사의 한결같은 지원 덕에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첫 타이틀을 차지한 뒤 다소 힘에 부친 듯한 3년은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이에 대해 ‘과도기’를 보낸 것 같다는 정의철은 “‘다시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되뇌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이뤄냈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전까지와 달리 ‘퍼스트 드라이버’로 활약한 2020 시즌을 마친 소회는 ‘임무완수’. 베테랑 이데 유지 대신 2년차 노동기, 이정우와 함께 엑스타 레이싱을 책임진 정의철은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2020 슈퍼레이스 슈퍼6000 8라운드를 소화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는 인제 스피디움에서의 5라운드를 꼽았다. 예선 1위를 기록하고도 예상 밖 컨디션 난조로 10위에 턱걸이한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심한 감기몸살 탓이었다는 정의철은 “예선을 마친 뒤 춘천의 병원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처음 경험한 일이었으나 빠르게 대처한 6라운드 결과는 4년 만의 우승.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이날 그의 행보는 시리즈 최종전에서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밀알이 되어 주었다.
8라운드 체커기가 발령될 때까지 예측불허 접전 한 가운데 포진한 정의철은 2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챔피언이 확정된 순간…, 한솥밥 팀 스태프, 금호타이어와 겪은 마음고생이 밀려들어서였다.
그리고 맞이한 샴페인 축제. 한 시즌을 함께 한 이들과 함께 챔피언 세리머니를 만끽한 정의철은 안석원, 김종겸, 최명길을 비롯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랜 세월 꾸준하게 도움을 준 천성종합상사, 헬멧 스폰서 아라이 제팬에도 고마움을 표현한 2020 슈퍼6000 챔피언은 두 번째 타이틀의 영광을 기억에 새겨두고 다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21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 시리즈에서도 선전을 다짐한 정의철은 기회가 닿는다면 해외 레이스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모터스포츠 정상 무대를 석권한 그이기에 가능성은 밝은 편.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여파가 수그러들면 국내외 서킷을 힘차게 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