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사상 두 번째 ‘나이트 레이스’는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시리즈 제4전 무대는 지난해와 같은 태백 레이싱파크. 드리프트 이벤트와 록 페스티벌은 스탠드를 가득 메운 레이싱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고, 나이트 레이스 특유의 박진감이 쏟아진 트랙에서는 조명보다 뜨거운 순위 대결이 펼쳐진 덕분이다. 윤철수, 김정수, 김한봉, 심상학, 박성욱이 한 자리에 선 레전드 매치도 팬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3전에 이어 재연된 운영상 실수는 프로모터 (주)슈퍼레이스에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8월 3일(토) 오후 7시 10분에 시작된 넥센N9000 시리즈 3전은 올 시즌 판도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핸디캡타임 규정에 따라 좀처럼 연승이 어려운 클래스 특성상 드라이버들의 꾸준한 점수 관리 능력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21명이 출전한 올해 세 번째 레이스에서 2전 포디엄 주자(김진수, 오한솔, 김현철)들은 라이벌보다 힘겨운 일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잠정 예선 1~3위는 장정열(케이웍스&그리핀), 장재원(KMSA), 이건희(모터타임). 2전 결승 1위, 3전 잠정 예선 5위 김진수(EXR 팀106)의 출발선은 18번째였고. 예선 4위 김현철(팀 챔피언스)도 핸디캡타임 1초를 더해 17그리드에 서서 결승에 돌입했다.
1랩 2.5km 트랙 23랩을 달리는 넥센N9000 3전은 일찌감치 포디엄 드라이버를 가려냈다. 오프닝랩에서 이건희가 1위로 도약했고, 예선 순위를 바꾼 장재원과 장정열이 2, 3위로 선두그룹을 형성한 것이다. 이건희와 장재원이 초반부터 선두 대결을 벌이는 사이 장정열과 이동훈(인치바이인치)은 3위 자리를 놓고 시소게임을 펼쳤다.
태백 레이싱파크 23랩 첫 체커기의 주인공은 초반에 승기를 잡은 이건희. 지난해 열린 첫 나이트 레이스에서 폴투윈을 거둔 이건희는 개인통산 두 번째 우승도 같은 무대에서 작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선두에 0.916초 뒤진 장재원이 2위. 이동훈과 접전을 치른 장정열은 패스티스트랩을 기록하며 넥센N9000 3위에 올랐다.
포디엄을 놓쳤지만, 김현철과 양용혁(Dyno-K), 오한솔, 김진수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예선 13위 김현철은 5위로 피니시라인을 갈랐고, 17그리드에서 출발한 오한솔은 10계단 상승한 7위를 기록했다. 예선을 치르지 못해 20그리드에서 결승을 치른 양용혁은 6위. 핸디캡타임 2초를 더해 18그리드로 밀려난 김진수는 레이스 초반에 일어난 사고의 여파를 극복하고 톱10에 합류하는 역주를 펼쳤다.
한편, 인제스피디움 소속 정동하는 예선 7위로 기대를 모았지만, 4랩을 달린 뒤 리타이어했다. 여성 드라이버 이화선(CJ 레이싱)과 임민진(HSD SL 모터스포트)도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8랩까지 톱10을 유지한 이화선은 남은 5랩을 11위모 마쳤고, 야심차게 3전을 준비한 임민진은 9랩째 일어난 사고로 도중하차하는 불운을 겪었다.
CJ 레이싱과 인제스피디움의 선두 대결로 압축된 슈퍼6000 4전에서는 아오키 다카유키를 포디엄 정상에 올린 인제스피디움이 웃었다. 예선 성적은 금호타이어와 손을 잡은 CJ 레이싱의 완승. 디펜딩 챔피언 김의수와 2, 3전 승자 황진우가 인제스피디움 듀오 김동은과 아오키 다카유키를 제치고 그리드 1열을 선점한 덕분이다.
그러나 중국 천마산,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연속 원투승을 기록한 CJ 레이싱팀 베테랑 듀오는 3연승 행진곡에 발을 맞추지 못했다. 롤링 스타트로 문을 연 슈퍼6000 4전 오프닝랩은 김의수와 황진우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인제스피디움 듀오의 공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예선 순위를 그대로 지킨 것. 하지만 2랩부터 대열 선두로 올라선 황진우가 4랩 도중 일어난 스핀으로 트랙을 떠나면서 CJ 레이싱 진영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8랩으로 접어들면서 선두를 꿰찬 아오키 다카유키와 김의수의 접전은 송혁진(CJ 레이싱 챌린저)의 사고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은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주도권을 잡은 아오키와 지난해 나이트 레이스 승자 김의수의 격돌은 레이스 종료 5랩을 남겨 두고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2위 김의수와 가파르게 순위를 끌어 올린 김동은의 추월 경쟁에서 경주차가 크게 손상된 김의수가 리타이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세 경주 연속 원투승을 기대한 CJ 레이싱 듀오는 아쉬움을 남긴 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의 4전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6000 첫 체커기의 주인공은 아오키 다카유키. 2전 폴포지션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아오키가 나이트 레이스에서 올해 첫 우승을 기록했고, 예선 6위 강진성(모터타임)은 슈퍼6000 데뷔 후 처음으로 2위 포디엄을 밟았다. 3, 4위는 김동은과 황진욱(발보린). 3전 3위 윤승용(HSD SL 모터스포트)은 피터 김(이레인)의 뒤를 이어 6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슈퍼6000과 통합전으로 열린 GT 4전에서는 쉐보레 레이싱팀 이재우와 김진표가 원투승을 거두었다. 예선 결과 우승 후보군에 오른 드라이버는 지난해 나이트 레이스 1, 2위 정연일(EXR 팀106)과 이재우. 3전 우승으로 탄력을 붙인 이재우와 GT 클래스 득점 선두 정연일의 재대결은 올해 나이트 레이스 빅 매치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했다.
그러나 팽팽한 접전을 예고한 두 선수의 대결은 예상과 다른 구도로 흘렀다. 시즌 초반 점수를 쌓지 못한 이재우에게 우승이 절실한 반면, 정연일 입장에서는 차분한 포인트 관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스 결과는 폴포지션에서 출발해 초반부터 역주를 거듭한 이재우의 완승. 핸디캡웨이트 50kg을 얹고도 기운차게 선두를 달린 이재우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과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연속으로 폴투윈을 기록했다.
저돌적인 공략을 펼친 김진표가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 2위. 결승 종반 한 때 4위로 밀린 정연일은 마지막 랩에서 앞선 드라이버 최해민(CJ 레이싱)을 끌어 내리고 3위 포디엄에 안착했다. 예선 6위 류시원(EXR 팀106)은 결승 5위. 스피젠 모터스 듀오 정기용과 송길섭은 6, 7위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부터 르노삼성에 합류한 윤용화가 그 뒤를 이었다. 5그리드에서 결승을 시작한 장순호는 레이스 초반 2위로 올라섰지만, 김진표와의 접촉사고 이후 순위가 떨어져 GT 1위에 3랩 뒤진 채 9위 체커기를 받았다.
(태백 레이싱파크)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주)슈퍼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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