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팀106 붙박이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정연일. 카트와 F1800을 거쳐 투어링카 레이스에 뛰어든 그에게서는 언제나 믿음직한 레이싱 드라이버의 자세가 흘러넘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정연일. 2014 슈퍼레이스 GT 시리즈 2위를 도약의 발판 삼아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는 그의 올 시즌 행보에 레이싱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토브리그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2015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본격적인 실전 연습에 앞서 시뮬레이터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 몸무게 줄이기도 병행하고 있는데, 잘 되는 편은 아니다.
팀106에서 6년째를 보내게 된다. 팀106 붙박이 드라이버라는 인상이 짙다.
개인적으로 아직 미흡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는 팀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팀106은 최고라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또 언제나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벌써 6년째가 되었다.
팀106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009년 슈퍼레이스 결승 도중 류시원 감독과 접촉사고가 있었다. 영상으로는 내 실수로 보여 결승이 끝난 뒤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 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여담이지만, 2010년 팀106 라인업에 다른 선수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뒤에 들은 얘기다.
2014 슈퍼레이스 GT 클래스에서 시리즈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적을 자평한다면?
자신감도 있었고, 또 반드시 챔피언이 되고 싶은 의지도 강했다. 그러나 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정말 아쉽다. 매 시즌마다 다양한 해프닝이 있게 마련이지만, 지난해에는 특히 더 많았던 것 같다. ‘몇몇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챔피언이 되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드라이버로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도 든다. 많은 것을 배웠고, 조금 더 빨라진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최근 3년 GT 클래스에서의 순위가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지난해에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었나?
팀에 반드시 챔피언 타이틀을 안기고 싶었다. 팀 차원에서도 당분간 GT 클래스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언제 다시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는 GT 챔피언 자리에 당당하게 오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알게 모르게 압박감이 생겼던 것 같다.
올해부터 새로운 종목에 도전한다. 슈퍼6000 클래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력적인 클래스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이지는 않지만, 원초적인 사운드와 박진감을 가득 담고 있어 타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드라이버들이 참가하는 클래스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들과 같이 달리고 싶었다.
처음 출전하는 클래스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그렇다. 빨리 타보고 싶다. 우리 팀의 스톡카 경쟁력은 최상급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되기에 군대가기 전과 같은 부담감, 소풍가기 전날의 설레임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슈퍼6000 라이벌을 꼽자면?
라이벌이라기보다는 황진우 선수와 다시 달릴 수 있어 기쁘다. 어린 시절 카트를 같이 타면서 그의 주행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하루 빨리 스톡카에 적응해서 멋진 레이스를 함께 하고 싶다.
올 시즌에는 류시원 감독과 함께 슈퍼6000에 출전한다. 팀 내 경쟁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2013년에 팀106 드라이버들끼리 순위 경쟁을 하다가 타이틀을 놓친 기억이 난다. 경쟁이 있어야 서로 빨라질 수 있고 배울 점이 많겠지만, 올해는 감독님이 1년 먼저 스톡카 주행을 시작했고, 데이터를 쌓은만큼 그 데이터들을 보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2년부터 KARA 공인 대회 출전 기록이 없다.
2002년에 군입대를 했고, 전역 후에 다시 레이스를 하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잠시 쉬는 동안 자동차에 관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여러 방면으로 복귀할 기회를 엿보다가 챔피언들이 다수 참가하는 제네시스 쿠페 경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사 없이 참가하게 되었다.
카레이싱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자동차도 좋아했기에 카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자료수집을 위해 자동차 잡지를 봤는데, 거기에 레이서 모집(발보린카트클럽)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찾아가서 카트를 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잘 타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정말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카트장에서 생활하면서 운전을 배웠고, 운 좋게 챔피언도 되었다. 포뮬러1800 경주차에 대한 경험도 잊을 수 없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이전 자동차경주 경력은?
1998년 레저 카트로 시작한 뒤 99년부터 레이싱 카트를 탔다. 그러다 2001년 KTCC 포뮬러 클래스에 출전했다. 당시 소속팀의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많은 경험과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를 꼽자면?
1999년 카트 레이스로 기억된다. 당시 나보다 어린 선수들(황진우, 조성민, 정의철)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빨랐다. 그들의 주행을 눈여겨 보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의 매력적이면서 당찬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동안의 자동차경주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2009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 제네시스 쿠페 우승이다. 정말 간절했었고, 우승하리라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운이였더라도 최고의순간으로 남아 있다. 체커기를 받으면서 손을 번쩍 들었는데, 너무 강하게 들어서 팔이 아팠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반대로 자동차경주 경력에서 최악의 순간은?
군 전역 후에 무리해서라도 경주차를 탔다면 조금 더 실력이 쌓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레이스에서 멀어졌던 때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자동차경주에서는 KTCC 포뮬러1800 첫 출전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당시 경주차에 트러블이 생겨 정상적인 레이스를 할 수 없었다.
드라이버 정연일의 장점 그리고 단점은?
계속해서 레이스를 공부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인 듯하다. 연습할 때 테스트해야할 것이 끝나면 1~2랩 정도는 나만을 위한 주행을 해왔다. 조금 더 부드럽게 주행하면서 빨라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나 또는 아들에게 전수하고 싶다. 다소 소심한 성격은 단점으로 보인다.
국내 서킷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서킷은?
모두 좋아하지만, 굳이 고르자면 인제 스피디움 서킷의 리듬이 재미있다. 고저차 때문에 가감속의 차이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다. 스피드웨이도 좋아하는데, 레이스가 열리지 않아 아쉽다.
해외 자동차경주는 자주 찾아보는 편인가?
정말 많이 찾아본다. 특히 온보드 카메라 영상을 즐겨 보는 편이다. 여러 드라이버들의 주행 방법을 보고 좋은 점이나 문제점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많은 도움이 된다.
취미 그리고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면?
취미는 많다. 그림 그리기, 프라모델, 레이싱 시뮬레이터 등 여러 분야에 애정을 쏟고 있다. 그 중 레이싱 시뮬레이터는 가장 좋아한다. 장비만 보유하면 원없이 연습할 수 있기에 좋은 것 같다. 시뮬레이터를 하면 몸으로 느끼지 못해 실제 레이스를 뛰는 사람은 약간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적응하면 금방 빨라지는 것을 많이 봤다. 지금까지 전 세계 서킷을 거의 모두 타봤다. 실제와 다르더라도 여러 코너들을 경험하면서 적응력을 키우게 되었다. 농구와 족구도 좋아하는 편이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이다. 지난해까지 경험한 경주차도 아니고, 처음 출전하는 클래스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레이싱 드라이버로서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대다수 드라이버들이 그렇듯이, 오래도록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한 온로드 레이싱 외에 랠리나 드리프트 같은 분야에도 진출해 경험을 쌓고 싶다.
팀106 드라이버 정연일. 올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슈퍼레이스 슈퍼6000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 무대가 될 것이다. 자동차경주에 입문하게 해준 황운기 씨, 군 전역 후 레이스 복귀를 도와준 김정수 감독, 그리고 항상 최적의 환경에서 레이스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류시원 감독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정연일이 앞으로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여러 시련을 우직하게 견뎌온 그의 미래가 밝게 예견되는 이유는 늘 배우는 자세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점. 정연일의 슈퍼6000 첫 출전 무대는 4월 11~12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다. 당장 2009년 개막전의 기쁨이 재현되지 않더라도, 드라이버 정연일의 힘찬 행보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팀106
[CopyrightⓒTracksid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