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전남 목포 하당 평화광장 옆 6차선 길.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이곳에서는 한중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주요 도로에 임시로 마련된 페스티벌 현장에는 슈퍼레이스와 CTCC에 출전하는 수십대의 경주차가 전시되었고, 드라이버들도 한 자리에 모여 주말에 있을 대형 모터스포츠 이벤트 알리기에 나섰다. 현장 분위기는 기자의 예상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일반 시가지 도로에 서킷의 스타트라인을 재현해 놓은 이벤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2시간 남짓을 현장에서 보낸 기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 CJ 레이싱팀 그리드 이벤트를 찾아가 보았다. 수십 명이 서 있는 줄 뒷자리에서 걸음을 옮기다 만난 이들은 김의수, 황진우, 최해민, 이화선. 네 선수는 밝은 얼굴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사인을 받은 사람들은 팀이 준비한 기념품에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팀106 경주차 옆에서는 휴대폰 카메라 셔터가 수시로 터졌다. 한류스타 류시원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려든 때문이다. 몇몇 CTCC 선수들도 류시원 감독과 포즈를 취한 뒤 밝게 웃었다. 전체적으로 레이싱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한중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이다. 평소 국내 레이스에 비해 관중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이틀 내내 펼쳐진 레이싱 축제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평화공원에서의 록페스티벌과 드라이버 토크쇼도 인기를 끌었고,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도 성황을 이룬 덕이다.
7월 20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아시안 르망 시리즈로 시선을 돌리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관중에 우선 놀랐다. 그랜드스탠드 뒤쪽에서 진행된 이벤트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3시간 내구 레이스가 끝나기도 전에 스탠드에 앉아 있던 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해답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6대가 출전한 3시간 내구 레이스가 재미있을 리 없었고, 서킷을 찾은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할 이벤트가 부족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송도 스트리트 서킷을 배경으로 펼쳐진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개막전.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참여한 KSF 개막전 스탠드와 패독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프레스룸에도 전에 없이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경남 창원 시가지에서 열린 F3 코리아 슈퍼프리와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제외하면 국내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모인 때를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이유는 기자회견 때 바로 드러났다. 역시 무한도전 때문이었는데, 토요일 취재를 마친 상당수 기자들은 일요일 레이스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시가지 서킷에서와 같은 관중을 찾을 수 없었고, 프레스룸에서도 개막전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국내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수많은 팬들을 불러 모으기는 매우 어렵다.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도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경주의 인기 여부를 떠나 상당한 자금을 들여야 하는 대형 이벤트를 수시로 동반하기도 부담스럽고, 서킷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도 국내 프로모터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가 상존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와 연관된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보다 진척은 있겠지만, 메인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부실하다면 여느 인기 스포츠의 범주와 먼 거리에 앞으로도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실을 대하는 프로모터들, 그리고 일부 프로 레이싱팀들의 접근법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보다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모터스포츠 축제를 함께 열어 가고, 또 이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함에도, 진전 속도는 매우 더뎌 보인다. 비용 문제가 따른다면, 저비용으로 해결할 있는 개선책부터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경주 무대에서 지난해와 달라진 부문을 찾기 어렵다. 관중을 대하는 메뉴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프로모터들은 1시간 안팎 동안 택시타임, 버스 타고 트랙 둘러보기, 피트워크 또는 그리드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패독 이벤트 역시 비슷비슷하다.
짧게 끝나버리는 피트워크에 임하는 몇몇 레이싱팀들의 자세도 생각해볼 일이다. 단순히 사진 몇 장 찍는 정도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먼 거리를 달려온 팬들을 배려한다면, 더 나아가 후원사들을 고려한다면 지금과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글라스 끼고 그들끼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기 위해 다수의 레이싱팬들이 서킷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팬들도 물론이거니와 프로모터와 팀 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후원사들을 긍정적으로 노출시키려는 노력 역시 부족해 보인다. 경주차와 레이싱 슈트에 후원사 로고 붙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프로모터와 팀들이 보여주고 싶은 후원사들을 알아서 봐주는 팬들은 기대처럼 많지 않다.
각 팀들의 미디어 홍보 전략은 더욱 미약한 수준이다. 이벤트 전후로 보도자료를 내는 레이싱팀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대다수 프로 레이싱팀들은 1년에 단 한 차례의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는다. 심지어 새로운 후원사가 생겨도 무슨 심산인지 미디어를 통해 알리려는 노력을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레이싱 현장을 취재하는 미디어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과거, 국내 모든 자동차잡지에 들어가던 모터스포츠 섹션이 사라진 원인도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타국에서 개최되는 모터스포츠 이벤트에는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정작 가까이에 있는 국내 자동차경주 소식을 싣지 않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와 같이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또한 극히 제한된 이벤트 메뉴로 팬들을 대하는 한, 단순히 자동차경주만을 보기 위해 서킷을 찾아올 사람들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미리 준비해야 조금은 달라진 2015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