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106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이 팀이 짧은 기간 이뤄낸 결실은 풍성하다. 창단 5년 만에 무려 세 차례나 챔피언 드라이버를 배출한 명문. 출발선을 벗어난 2009년의 성과는 소소했으나, 이후 3년 동안 14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106은 레이싱 명가로 통하는 지름길을 찾아낸 듯 산뜻하고 기민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느 팀보다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팀106. 이 팀의 사령탑에 앉은 류시원 감독은 일찍부터 카레이싱에 매료된 팔방미인이었다. 마법에 빠진 듯…, 그가 달려온 세월 어디서부터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꿈틀거렸을까? 이에 대한 그의 해답은 명쾌하다.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디자인을 좋아했다는 것. 그로 인해 운명처럼 마주한 모터스포츠 세계는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느껴졌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레이싱 드라이버로, 또 한 팀의 수장으로 또 한 막의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오늘의 류시원, 그리고 팀106이 있기까지 고난의 변주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레이싱을 좋아하는 한류스타 연예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디스크 수술이라는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시간에 매몰된 듯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그 때 그의 머릿속에는 ‘팀106’이라는 레이싱팀의 뿌리가 생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가 전한 말에는 진한 울림이 가득했다. “살아오면서,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순수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무대는 카레이싱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너무나 깊은 애정을 쏟아온 레이싱. 지금부터는 내가 꿈꾸는 나만의 레이싱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는 얘기였다.
허투루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친 울림을 이렇게 표현한 류시원은 2009년으로 접어들면서 진득하게 준비한 팀106 호를 띄우게 되었다.
“오랜 시간 다듬은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 류시원은 “드라이버로서 또 감독으로서 열심히 뛰겠다.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그린 청사진은 계획처럼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타이틀 스폰서를 비롯해 프로 팀이 갖춰야할 면모는 무난하게 이뤄져 나갔지만, 서킷에서의 성적은 팀 106의 원대한 포부와 먼 거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시원은 “팀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예전과 다른 위치를 실감하고 있다”는 말로 초보 감독의 애환을 전했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류시원 감독의 진중한 반성과 고민은 팀106이 제대로 된 성장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자양분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후 그의 올곧은 생각은 빠르게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팀 창단 2년째, 국내 간판 자동차경주인 슈퍼레이스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챔피언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류시원 감독은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결정한 팀106 창단이 더없이 괜찮은 결정이었다는 얘기였다. 이어 그는 “향후 5년 이내에 국내 정상급 레이싱팀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그의 바람대로 탄력을 붙인 팀106 호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도, 그리고 2012년에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4년 연속 정상에 서지는 못했지만, 류시원 감독이 우승한 지난해 슈퍼레이스 최종전 GT 클래스에서는 팀 소속 드라이버 세 명이 포디엄 세 자리를 석권하는 흔치 않은 기록도 세웠다. 이처럼 귀중한 수확은 류시원 감독이 이끄는 팀106 5년의 결과물이다.
국내 레이싱팀 최초로 운영한 영 드라이버 양성 프로그램은 모터스포츠 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류시원 감독이 착안한 이 프로그램에 매년 수백 명의 지원자가 관심을 표했고, 여기에 발탁된 루키들은 우리 모터스포츠의 일원이 되어 오랜 시간 꿈꾸었던 드라이버의 삶을 열어갈 수 있었다. 팀106 루키 프로그램을 마친 드라이버 중에서 윤광수는 단연 돋보이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채널A 동아일보 팀에 발탁되어 슈퍼레이스 슈퍼1600 클래스에서 챔피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밝은 이면과 달리 레이싱팀 감독으로서의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팀 운영비 마련은 국내에 기반을 둔 대다수 팀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주요현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기인한 문제는 3년을 이어온 영 드라이버 양성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꾸릴 수 없게 만들었다.
3년 연속 상승세를 타던 팀원들의 성적도 다소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챔피언 타이틀 수성작전 실패.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 클래스에서의 종합 2위(정연일)와 3위(류시원)도 뛰어난 성적이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는 2013 시즌이었다.
팀 창단 6년째로 접어든 2014년 흐름도 이전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여전히 정상 레이싱팀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예상을 조금 밑도는 성적이 아쉬운 까닭이다. 그러나 팀원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GT 클래스에 출전하고 있는 정연일이 시리즈 4전 현재 득점 선두. 시즌 초반에 거둔 2승과 꾸준한 득점 관리 덕에 챔피언 타이틀 고지에 성큼 다가서 있다. 정연일의 페이스와 드라이버로서의 경쟁력이 지난해와 다르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투카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슈퍼6000에서 류시원 감독과 장순호의 성적이 기대보다 저조하다. 이에 대해 류시원 감독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시즌 초반, 경주차 세팅에 다소의 문제가 있었으나 이제 해결점을 찾았다는 것. 이미 선두그룹과의 점수 차이가 벌어져 타이틀을 거머쥐기는 어렵지만, 남아 있는 레이스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류시원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 매 라운드마다 포디엄 입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감독으로서 또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드라이버로서 내린 당연한 결론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챔피언 드라이버를 배출한 팀원들의 각오도 한층 달라졌다는 류시원 감독은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가 바라는 대로 오래도록 남아 있으려면 올해와 같은 시간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는 류시원 감독. 그가 리드하는 팀106은 그래서 더욱 튼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 그로 인해 팀106이 국내 모터스포계에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현역 드라이버 겸 감독으로 살아가는 류시원.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현실로 옮기고 싶은 레이싱 관련 프로그램 생각이 가득하다. 후원사 부재로 잠시 중단한 영 드라이버 양성 프로그램 활성화를 비롯해 드라이빙 스쿨과 미캐닉 스쿨 개설 등이 그것이다.
물론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팀106을 만들고 또 레이싱 명가로 성장시킨 그의 이력을 대입하면 든든한 믿음이 절도 생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일들을 팀106과 류시원 감독이 꾸릴 수는 없는 일. 이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 및 관련 업계의 뜻깊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류시원 감독은 머지않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류시원 감독 개인이 고대하는 꿈 역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06년, 프로 자동차경주 데뷔 3년 만에 CJ 코리아 GT 챔피언십 투어링A 클래스에서 챔피언에 오른 그는 다시 한 번 타이틀 고지 정상에 우뚝 서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투 드라이버로 일군 챔피언이 아닌, 드라이버 류시원의 힘으로 만든 챔피언이 그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전과 다른 자신감이 생겼다는 류시원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운이 따르지 않은 올해 해외 투어 레이스에서의 성적이 아쉽지만, 또 다른 정진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진일보를 위해 고군분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이버 류시원의 희망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팀106 감독으로서, 오래도록 숙성시킨 그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으로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가리워진 그의 우직한 역량과 추진력이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팀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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