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기록의 역사 맨 윗자리를 차지한 드라이버는 대체로 미하엘 슈마허였다. 1991년부터 19년 동안 그랑프리에서 활동하며 7회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슈마허는 최다승(91승), 최다 폴포지션(68PP),한 시즌 최다승(13승) 등을 기록하며 F1 최고 드라이버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미하엘 슈마허가 남긴 최고 기록들은 당분간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바스찬 베텔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슈마허에 비해 드라이버 경력은 길지 않지만, 레드 불의 에이스 세바스찬 베텔은 F1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속속 새겨 나아가고 있다.
레드 불과 함께 4년 연속 더블 타이틀 제패
10년 전 F1에서 팬들의 이목을 끈 드라이버는 페르난도 알론소와 키미 라이코넨이었다. 당시 르노와 맥라렌에서 활동한 알론소와 라이코넨은 슈마허를 위협할 차세대 유망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이들은 곧 F1 정상 주자로 발돋움했고,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거머쥐는 맹활약을 펼쳤다. 2005~2006은 페르난도 알론소가, 그리고 2007년에는 키미 라이코넨이 월드 챔피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까지 세바스찬 베텔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F1 데뷔전에서 포인트 피니시를 달성한 베텔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늘어났고, 레드 불로 이적한 2009년부터 F1 판도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10년 F1은 새로운 세대의 리더를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시리즈 19전 중 5승, 10회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하며 F1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2011년 11승, 2012년 5승을 기반으로 타이틀 3연패에 성공한 베텔은 시리즈 19전으로 순위를 겨루는 2013 F1 그랑프리에서 또 다른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인도 그랑프리 우승으로 조기에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고,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2004년 미하엘 슈마허가 세운 한 시즌 최다 13승 타이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단일 시즌 최다 9연승 역시 베텔의 독보적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다.
올해 26세인 세바스찬 베텔. 드라이버로서 그의 성장과정은 놀랍도록 빠르고 탄탄하다. 여느 F1 드라이버들과 마찬가지로 8세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한 베텔은 2003년 포뮬러 BMW 루키로 뽑히면서 진일보의 기틀을 마련했다.
2004년은 그의 출중한 실력을 알린 첫 해였다. 시리즈 20전 중 18전에서 포디엄 정상을 휩쓸며 포뮬러 BMW 데뷔 2년 만에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것. 엔트리 포뮬러 시리즈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린 베텔에게 2005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F3 유로 시리즈에 출전한 그에게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F1 그랑프리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005 F3 유로 시리즈에서 2위를 기록한 베텔은 당시 BMW 팀의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잡았고, 이는 이듬해 BMW 자우버 리저브 드라이버로 뽑히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꿈의 무대 F1 그랑프리 입성은 2007년에 이루어졌다.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로버트 쿠비짜를 대신해 미국 그랑프리에 출전하게 되었다. 세바스찬 베텔의 그랑프리 데뷔전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났다. 예선 7위, 결승 8위로 F1 데뷔전에서 포인트 피니시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F1 최연소 드라이버 포인트 기록. 이후 스콧 스피드가 빠져 나가면서 생긴 토로 로소의 빈자리는 세바스찬 베텔의 F1 경력을 이어 나가는 돌파구로 작용했다.
2006년에 출범한 토로 로소에 첫 우승컵을 안긴 드라이버는 세바스찬 베텔이었다. F1 첫 우승 무대는 이태리 몬자 서킷에서 이루어졌다. 2009 시즌 레드 불로의 이적을 앞둔 베텔은 2008년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당당하게 주름잡고 F1 첫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베텔의 기록은 F1 그랑프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새겼다. 최연소 우승과 최연소 폴포지션 기록을 동시에 경신한 결과였다.
이전까지 이 부문 기록 보유자는 페르난도 알론소. 르노의 에이스로 급부상한 2003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1959년 브루스 맥라렌이 세운 최연소 우승 기록(22세 104일)을 22세 27일로 바꾸었다. 베텔의 최연소 기록은 21세 73일. F1 그랑프리 출전 20전만의 대기록이다.
2009년부터 레드 불 정규 드라이버로 자리잡은 베텔은 올해 브라질 그랑프리까지 120GP에 출전하며 현역 F1 최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개인통산 기록은 39승, 45회 폴포지션. F1 역사에서 베텔보다 많은 우승컵을 차지한 드라이버는 미하엘 슈마허, 알랭 프로스트(51승), 아일톤 세나(41승) 등 3명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4년 연속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제패한 세바스찬 베텔. 레드 불 전성시대의 주역으로 당당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그의 질주는 앞으로도 F1 그랑프리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기현(allen@trackside.co.kr), 사진/레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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