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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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해외 모터스포츠 도전사

2010년은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해였다.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개최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변화의 핵.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자동차경주, 그리고 국제 자동차경주를 치를 수 있는 서킷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동차경주의 정점을 지키는 F1 그랑프리를 치렀음에도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출전할 수 있는 ‘한국인 드라이버’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협소한 모터스포츠 인프라 위에서는 국제 자동차경주에 나설 드라이버를 양성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까닭이다.

하지만, 변변한 서킷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의 벽을 뛰어 넘어 선진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한 한국인 드라이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랠리, 포뮬러와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끈임 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준 이들은 ‘카레이스’에 대한 열정을 버팀목 삼아 자신의 드라이버 이력을 당당하게 써 나갔다.

토종 드라이버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자동차경주에 나선 인물은 박정룡이다.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실험팀에 근무하다 1987년부터 카레이스에 뛰어든 박정룡은 1988년에 한국인 사상 최초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했다.

1995년 한국모터챔피언십 시리즈 초대 타이틀을 거머쥔 뒤에는 세계 랠리 챔피언십 N2/N3 클래스, 아시아 태평양 랠리 챔피언십 중국 랠리 F2 클래스 등에서 우승하는 등 괄목할 성적을 거두었다. 이어 인터내셔널 포카 1000km 내구 레이스(2001), 일본 수퍼 다이큐(2001~2002)에 진출한 박정룡은 KMRC가 주최한 GT 챔피언십 경기위원장을 거쳐 현재 아주자동차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펠롭스 레이싱팀 대표 김한봉 역시 파리-다카르 랠리에 도전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6년 파리-다카르 랠리 T2 클래스(9위)에 출전한 김한봉은 이후 국내에서 열린 여러 투어링카 레이스에 참가하며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동욱의 해외 레이스 출전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F1800을 거쳐 2002년에 처음 F3(아시안 F3) 시트에 앉은 그는 국내 드라이버 사상 최초로 국제 포뮬러 레이스에서 우승(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안 F3)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동욱의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갓 출범한 F3 유로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수억 원이 들어가는 유로 F3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스폰서 없이 드루멜 팀에 들어가 고군분투한 것은 한국인의 해외 모터스포츠 도전사에서 빠져서는 안될 만큼 귀하게 평가된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준 이레인 레이싱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뮬러 BMW 아시아 시리즈(현 JK 레이싱 시리즈)에서 걸출한 성적을 남긴 유경욱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내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활동하다 2003년 포뮬러 BMW 아시아 시리즈로 발길을 옮긴 그는 당당히 루키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신인 꼬리표를 떼어낸 이듬해 성적은 시리즈 종합 2위. 이후 국내 레이스 무대로 복귀한 유경욱은 2008년 GT마스터즈 정상을 정복했고, 현재 한류스타 류시원과 함께 EXR 팀106에서 물 오른 실력을 펼치고 있다.

황진우, 안석원, 문성학 등도 해외 레이스에 참가한 경력을 지닌 드라이버들이다. 이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문성학은 국내 카트 레이스 챔피언십에서 실력을 연마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카트와 영국 포뮬러 르노 시리즈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포뮬러 BMW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다.

안석원의 드라이버 프로필을 장식한 해외 레이스 역시 포뮬러 BMW 아시아. 유경욱의 뒤를 이어 1천200cc 포뮬러카를 탄 그는 CJ 수퍼 레이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수퍼6000 드라이버로 활약하며 2009년을 보냈고, 지난해 1월에는 한국인 F1 드라이버 선발전 테스트(유경욱, 주대수, 최명길, 황진우도 참가했다)에 합류해 포뮬러 르노 V6를 몰았다. 아시안 포뮬러 르노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낸 황진우는 일본 수퍼 GT를 비롯해 2008~2009 시즌 A1 그랑프리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토종 드라이버는 아니지만, 재일교포 출신 주대수의 행보도 눈에 띈다. 2010년 1월 초순,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에서 열린 한국인 F1 드라이버 선발전에 뽑힌 주대수는 일본 F3, 마카오 그랑프리, GP2 시리즈를 거친 실력파.

이밖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최명길에게도 국내 레이싱 팬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어린 시절, 네덜란드의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우리나라를 떠난 최명길은 일찍부터 카트로 기본기를 갈고 닦았고, 최근에는 독일 F3와 포뮬러 르노 V6 아시아 시리즈를 경험한 실력파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성우 인디고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퍼3800 클래스 정상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해외 레이스에 진출한 서주원의 미래도 밝게 전망된다. 포뮬러 BMW 아시아 후신 JK 레이싱 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는 서주원은 역대 드라이버들보다 어린 나이에 엔트리 포뮬러카 시트에 앉아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유경욱, 안석원, 이동욱, 서주원 등 국내 드라이버들이 선진 모터스포츠 무대로 진출할 때마다 교두보로 삼은 ‘이레인 모터스포트’는 제일 먼저 해외에 터를 잡은 레이싱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안 F3, 포뮬러 BMW 아시아 시리즈 등에 참가한 이레인은 그동안 국내 선수들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유망한 드라이버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팀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나아가고 있다.

박기현 기자 gokh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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